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3편) - Part13

그림자의 정원

by sarihana

제4부: 보이지 않는 손

제13장. 균열 찾기


그날 이후, 내 사무실은 세상과 단절된 섬이 되었다. 낮에는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며 평범한 부장검사의 가면을 썼지만, 밤이 되면 이곳은 거대한 미제 사건의 기록 보관소이자, 유령을 쫓는 두 사람만의 밀실로 변했다. 수십 개의 사건 기록 상자들이 사무실 벽을 따라 성벽처럼 쌓여갔다.


"범인의 얼굴을 찾으려고 하면, 우리는 길을 잃을 거예요."


박수진이 말했다. 그녀는 사무실 한편의 거대한 화이트보드로 다가갔다. 그곳은 우리가 김지훈을 잡기 위해 사용했던, 이제는 텅 비어버린 전쟁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보드마커를 들어, 보드 한가운데에 서로 겹치는 동심원 세 개를 그렸다.


"우리는 범인을 찾는 게 아니에요. 시스템의 '균열'을 찾는 거죠. 모든 완벽함 뒤에는 반드시 부자연스러운 균열이 남기 마련이니까요."


그녀는 첫 번째 원 안에 '완벽한 익명 제보'라고 썼다.


"범인이 잡히긴 너무나 완벽하지만, 제보자의 실체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사건들."


두 번째 원 안에는 '의심스러운 사고 및 실종'.


"핵심 증인이나 용의자가,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에 갑자기 사라지거나 사고를 당하는 사건들."


그리고 마지막 원, 세 원의 교집합이 되는 가장 중심부에는 '예상을 벗어난 신속한 해결'이라고 썼다.


"장기 미제가 될 뻔한 복잡한 사건이, 이 모든 '행운'이 겹치면서 상식 밖의 속도로 종결되는 경우."


그녀가 펜을 내려놓았다. 화이트보드 위의 세 개의 원은, 마치 우리가 쫓는 괴물의 눈처럼 보였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의 사건 기록 속에서, 이 세 가지 원에 모두 해당하는 '오염된 사건'들을 찾아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건들의 담당 검사, 수사관, 감식팀, 정보원까지… 모든 관련자의 이름을 기록하는 거죠. 마치 거대한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의 '움직임'이 만드는 파동을 보는 것처럼요."


그녀의 방식은 대담하고 위험했지만,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건들 뒤에 숨어있는 '설계자'의 보이지 않는 손, 그 일관된 패턴을 찾아내야 했다. 나는 내 권한을 이용해, 지난 몇 년간의 모든 사건 기록들을 내 사무실로 모았다.


우리의 길고 외로운 밤이,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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