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정원
우리의 작업은 지난했다. 내 사무실은 며칠 만에 먼지 쌓인 서류의 무덤으로 변해갔다. 수백 건의 사건 기록 속에서, 우리는 '설계자'의 희미한 지문을 찾기 위해 매일 밤을 새웠다. 나는 사건의 절차적 완벽성을, 박수진은 그 안에 담긴 서사의 인위성을 파고들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 버티는 날들이 계속되었고, 우리의 신경은 끊어지기 직전의 활시위처럼 팽팽해졌다.
"찾았어요."
어느 날 새벽, 핏발 선 눈의 박수진이 수많은 파일 더미 속에서 기록 하나를 뽑아 내게 내밀었다. 대기업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던 인물이, 결정적인 증거를 가진 내부고발자의 등장으로 구속된, 너무나 교과서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 저희가 정한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해요. 완벽한 익명 제보, 핵심 증인의 의문사, 그리고 이례적으로 신속한 해결. 그런데 이상한 건, 이 내부고발자의 진술서예요."
그녀가 진술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밑줄이 그어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몸담았던 조직은 이미 거대한 종양처럼 썩어 있었습니다. 법이라는 메스로 이 종양을 도려내는 것이,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외과수술이라고 생각하여 제보를 결심했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김민석의 언어, 안도준의 논리. '정원사'의 유령이 익명의 제보자라는 가면을 쓰고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에요." 박수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제보자는 '정원사'의 사상에 깊이 감화된 인물이에요. '설계자'는 이런 사람을 찾아내, 그의 정의감을 부추겨서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거예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계자'는 단순히 사건을 조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사람의 신념을 조종하고, 그들의 정의감을 자신의 범죄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장 교활하고 악마적인 방식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원을 가꾸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정원사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