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정원
그날 이후, 우리의 밤은 화이트보드 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점잇기 놀이와 같았다. 우리는 '종양', '외과수술'과 같은 '정원사'의 언어로 오염된 사건들을 하나씩 화이트보드에 붙여나갔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흩어져 있던 점들은, 사건의 수가 늘어날수록 서서히 하나의 거대한 별자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별자리의 중심에서, 유독 자주 교차하며 빛나는 몇 개의 별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별들에 압정을 꽂고, 붉은 실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름은 베테랑 형사, 한강철이었다. 20년 경력의, 존경받는 강력계 팀장. 하지만 우리가 찾아낸 '오염된 사건'들 속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결정적인 증거나 제보자의 진술은 항상 기이할 정도로 완벽하게 그의 손을 거쳐 검찰로 넘어왔다. 그는 마치 연극의 무대 감독처럼, 가장 완벽한 순간에 가장 완벽한 증거를 등장시켰다.
두 번째 이름은 국과수의 엘리트 부검의, 이수현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냉철한 부검으로 정평이 난 인물.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우리가 찾아낸 '의심스러운 사고사' 사건들의 부검 소견서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녀의 완벽하고 논리적인 사인(死因) 덕분에, 수많은 의심스러운 죽음들은 너무나도 깔끔한 '사고사'로 종결되었다.
"형사는 현장을 만들고, 부검의는 죽음을 정의해요." 박수진이 붉은 실을 팽팽하게 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두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그림이에요."
나는 텅 빈 벽을 바라보았다. 수사, 증거, 그리고 죽음의 원인. 한강철과 이수현. 두 개의 점은 완벽한 선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기에는 아직 조각이 부족했다. 이 모든 것을 법의 이름으로 꿰어, 최종적으로 '정의'라는 도장을 찍어줄 마지막 한 사람.
나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그들이 완성시킨 사건들의 최종 처리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지막 별의 이름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