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로 남아 텅 빈 화이트보드 위에 적힌 세 개의 이름을 보았다. 한강철, 이수현, 그리고 오정환. 그들은 시스템 그 자체였다. 정면으로 부딪혀서는 승산이 없었다. 그들을 무너뜨리려면, 그들의 가장 큰 무기인 '완벽함'을 역이용해야 했다. 괴물을 잡기 위해, 나 역시 기꺼이 괴물이 되어야만 했다.
며칠 뒤, 나는 오정환을 내 사무실로 불렀다. 내 책상 위에는, '그림자 팀'이 밤을 새워 만들어낸 완벽한 가짜 사건 기록이 놓여 있었다. 마약 전과 4범인 정보원 '지미'를 이용한 가상의 마약 거래 시나리오. 우리는 이 가짜 정보를 오직 한강철 형사가 속한 마약반에만 흘렸다.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산된 함정이었다.
"선배님, 찾으셨습니까."
오정환이 평소와 다름없는, 존경심 가득한 얼굴로 들어섰다. 그 위선적인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지만, 나는 가장 신뢰하는 선배의 가면을 쓰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 검사, 자네 능력을 믿고 맡기고 싶은 사건이 하나 있어. 골치 아픈 놈인데, 자네라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에게 가상의 마약 거래 사건 기록을 넘겼다. 그는 서류를 훑어보는 척했지만, 나는 그의 눈빛이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이 사건을 어떻게 '설계'할지 계산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할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선배님. 이런 잡초는 제가 확실하게 뽑아버리겠습니다."
오정환은 미끼를 물었다. 그는 즉시 한강철 형사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렸고, 우리가 짜 놓은 각본 위에서 완벽한 지휘자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연극의 연출가는 내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