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3편) - 에필로그

그림자의 정원

by sarihana

에필로그: 사라지지 않는 향기


'설계자'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정원사'와 그의 그림자들이 남긴 상처는 희미한 흉터처럼 아물어갔다. 나는 검사직을 내려놓았다. 나는 이제 법무연수원의 작은 연구실에서, 미래의 검사들에게 법이 담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와 정의의 무게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내 창가에는, 5년 전 박수진이 건넸던 이름 모를 화분이 이제는 제법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권도윤 변호사의 기일이 되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의 묘지 앞에서 만난다. 박수진의 심리 상담소는 이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성역이 되었다. "그때, 우리 정말 이긴 거 맞을까요?" 올해도 그녀는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얼마 전에, 오정환에게서 편지가 왔어." 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감옥 안에서, 그는 매일같이 피해자들의 유가족에게 사죄 편지를 쓰고 있더군. 그는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오만하고 위험했는지 깨달았다고, 남은 생을 속죄하며 살겠다고 했어."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거둔 유일한 승리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압니다." 박수진이 권도윤의 비석을 닦으며 말했다. "완벽한 정원이란 없다는 걸요. 잡초는 언제나, 어디에나 자라나겠죠. 중요한 건, 잡초를 모두 뽑아내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심는 걸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비로소 길고 길었던 싸움의 의미를 깨달았다. 김민석은 잡초를 증오하다 스스로 잡초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잡초들 틈에서도 기어코 피어나는 꽃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것이다.


우리는 묘지를 나섰다. 저 멀리, 우리가 지켜낸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노을빛에 물들고 있었다. 거대한 정원.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악취와 독의 포자들이 숨 쉬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내 연구실 창가에서 자라나는 작은 화분을, 박수진은 그녀의 상담소에서 치유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꿀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작은 정원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정원사'가 남긴 치자꽃의 서늘한 향기는 시간 속에 흩어졌다. 하지만 그 모든 비극을 딛고 우리가 피워낸 사람의 향기는, 이 도시의 바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머무를 터였다. 우리의 길고 길었던 싸움은, 그렇게 정말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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