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뷔페 (확장판) - Part4

by sarihana

제2부: 시대의 낙인

제4장: 알고리즘 세대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는 더 이상 미래의 예고가 아니었다. 칩 이식 수술을 예약하고 나온 거리에서, 그것은 이미 완성된 현실이었음을 깨달았다. 뉴럴링크 칩은 세상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구시대’의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도심의 한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카페 안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주문을 받는 바리스타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동작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스팀 밀크를 만들었다. 그의 손목 스냅 각도, 우유 거품의 밀도까지 모든 것이 교과서 그 자체였다. 그의 얼굴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나 피로감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다. 주문은 손님들의 생각만으로 키오스크에 전송되었고, 그는 그저 뇌로 전달받은 명령에 따라 최적의 맛을 구현하는 로봇처럼 움직였다. ‘마스터 바리스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그의 뇌는 인간적인 실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거리에는 ‘알고리즘 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인류가 활보했다. 그들은 더 이상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모든 정보와 통신은 칩을 통해 뇌에서 직접 이루어졌기에, 그들의 시선은 늘 정면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늘 정확한 초점을 유지했고, 걸음걸이는 목적지를 향해 최단 거리로 설정된 내비게이션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수많은 인파가 오갔지만 서로 부딪히는 법이 없었다. 각자의 칩이 실시간으로 주변 보행자의 동선을 예측하고 최적의 회피 경로를 계산해 몸에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었다.


내 옆 테이블에서는 두 남자가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있었지만,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계약 조건이 그들의 뇌 사이에서 직접 오고 갔다. 이따금 서로의 관자놀이 부근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이 유일한 신호였다. 잠시 후, 그들은 완벽하게 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헤어졌다. 감정적 오해나 불필요한 언쟁이 제거된, 가장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창가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었다. 그들 역시 말이 없었다. 남자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여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남자가 칩을 통해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파형을 그녀에게 직접 ‘공유’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일종의 교감이었지만, 설렘이나 애정이라기보다는 완벽하게 동기화된 데이터 교환처럼 느껴져 어딘가 섬뜩했다.


학교는 박물관의 유물이 되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뇌에 칩을 이식하고 필수 지식 패키지를 다운로드받았다. 더 이상 배움의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성취의 기쁨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의 노력과 땀,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얻어내는 깨달음의 순간들은 이제 '비효율'이라는 단어로 낙인찍혔다.


나는 이 차갑고 완벽한 세상에 매료되었다. 나의 불안과 망설임, 끝없는 고민이야말로 이 시대가 말하는 가장 큰 '비효율'이 아니던가. 나는 커피를 마시기까지 5분이나 고민했지만, 저들은 생각과 동시에 최적의 카페인을 섭취한다.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수십 번씩 방향을 고민하지만, 저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목적지로 향한다. 그들을 보며 나는 확신했다. 저 완벽함이야말로 내 텅 빈 접시를 채워줄 유일한 해답이라고. 나의 인간적인 결함들을 치료해 줄 구원이라고. 수술 날짜가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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