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칩 이식 수술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다. 짧은 수면 후 회복실에서 깨어났을 때, 세상은 어제와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내 안에는 새로운 우주가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내게 접속 방법을 알려주었다. "눈을 감고, 당신의 의식을 이마 중앙에 집중하세요. 시스템이 당신의 신경망과 동기화를 시작할 겁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침대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완전한 어둠뿐이었다. '정말 된 건가?' 의심이 들던 순간, 시야의 한가운데서 작은 빛의 점이 나타나더니, 이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며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의 터널로 변했다. 마치 워프 드라이브를 하는 우주선처럼, 나는 빛의 터널을 미끄러지듯 통과했다. 짧은 로딩 시퀀스가 끝나자, 차갑고 인공적인 여성의 음성이 내 머릿속에 직접 울렸다.
[신경망 동기화 완료. '인생 뷔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접시는 비어있습니다. 첫 번째 요리를 선택하십시오.]
음성과 함께 내 눈앞에는, 아니 내 의식 속에는 거대한 홀이 가상현실처럼 펼쳐졌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내 뇌 속의 인터페이스였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높은 공간은 금속과 유리, 그리고 푸른색 LED 조명으로 이루어진 듯했다. 벽에는 무한히 이어진 듯한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홀 안의 모든 빛과 형상이 끝없이 반사되며 현란하고 아름다운 미로를 만들어냈다.
홀 중앙에는 긴 테이블이 거대한 뱀처럼 구불거리며 놓여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투명한 진열장 속에는 '딥러닝 전문가', '블록체인 해커', '노벨상 수상자' 같은 이름표가 붙은 경험 패키지들이 차가운 금속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들은 물리적인 칩이 아닌, 다운로드 가능한 데이터 덩어리였다.
나는 그 가상의 공간을 떠다니듯 움직였다. '노벨상 수상자' 패키지에 의식을 집중하자, 그 경험의 '미리보기'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수십 년간의 고된 연구 끝에 해답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한 희열, 스톡홀름 시상대에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느끼는 벅찬 감동이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내 전두엽을 스치고 지나갔다. '블록체인 해커'를 바라보자, 거대한 기업의 철벽같은 방화벽을 뚫고 핵심 데이터에 접근했을 때의 아슬아슬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단 하나의 경험을 선택하여 다운로드하면, 평생의 고민과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텅 빈 이력서 앞에서 절망하던 내가, 이제는 인류의 위대한 성취들을 쇼핑하고 있었다. 해방감과 함께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동시에 등줄기를 타고 스며드는 서늘한 감각이 나를 붙잡았다.
[경고: 새로운 경험 패키지 다운로드는 기존 신경망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스템의 차가운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내게는 그것조차 달콤한 유혹으로 들렸다. 지금의 나를 재구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바였다. 나는 기꺼이 과거의 나를 지우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경험 패키지들 사이를 탐색하는 내 의식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치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텅 빈 접시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마지막 순간, 내 눈은 ‘예술가’라는 이름의 패키지에 멈췄다. 한때 내가 서투르게 꿈꿨던 직업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패의 기억이 담긴 꿈을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내 시선은 그 옆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패키지로 향했다. 그것은 '완벽함', '정확성', '생명'이라는 키워드로 빛나고 있었다.
[외과의사. 예상 다운로드 시간: 3분 12초.]
내 안의 마지막 온기가 이 차가운 금속빛에 흡수되기 직전이었다. 나는 모든 망설임을 지우고, 마음속으로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다운로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