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다운로드 시작."
내 의식 속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뇌가 통째로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과 함께 정보의 폭포수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주입이 아니었다. 수십 년 경력의 어느 외과의사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모든 것이었다. 밤샘 공부로 핏발이 섰던 의대 시절의 고통, 첫 수술 집도 때의 아찔한 긴장감, 환자의 죽음 앞에서 느꼈던 처절한 무력감, 그리고 마침내 생명을 구해냈을 때의 벅찬 환희까지. 타인의 삶이 파편화된 영상과 감정 데이터가 되어 내 신경망에 폭력적으로 각인되었다. 나는 비명을 지를 수조차 없었다. 내 것이 아닌 기억의 파도 속에서 나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잠겨버렸다.
길고도 짧은 3분이 지나고,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는 시스템 음성과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수술복을 입고 차갑고 환한 수술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심전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경고음, 수술팀의 나직한 소음이 현실감을 부여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공황 상태에 빠지려던 찰나, 뇌 속에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소리가 들렸다.
[외과의사 프로그램 실행. 환자: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을 시작합니다.]
순간, 나의 불안과 공포는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차갑고 냉철한 이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였다. "메스." 내 입에서 나온 것은 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내가 모르는 권위와 확신이 서려 있었다.
메스를 잡는 순간, 내 손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손이 아니었다. 지난 22년간 연필과 키보드만 잡아왔던 서툰 손은 사라지고, 수만 시간의 훈련으로 다져진 완벽하고 안정된 외과의사의 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다운로드한 수십 년 수련의 완벽한 손놀림이 내 신경을 타고 흘렀다. 손끝은 마치 나를 조종하는 인형사처럼 정교하게 움직였고, 내 몸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환자의 심장을 향해 나아갔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혈관의 복잡한 경로, 장기의 정확한 위치, 실패 없이 수술을 마칠 모든 방법까지.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 나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내 머리는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술 경로를 계산했지만, 내 안의 '나'는 마치 내 몸이라는 극장의 가장 뒷좌석에 앉아, 내가 주연인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나의 손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손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손에 담긴 긴장감,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그리고 성공했을 때 느낄 짜릿함은 내 것이 아니었다.
수술 중 환자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수술팀 간호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내 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혈관을 확보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했다. 내 뇌는 수만 건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해결책을 0.1초 만에 찾아냈다. 인간적인 당황이나 공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 비인간적인 완벽함에, 관객이었던 나는 소름 끼치는 경외감을 느꼈다. 나는 신이 된 듯했지만, 그 신은 스스로의 의지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그저 잘 만들어진 로봇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