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나는 이 완벽함의 늪에 깊숙이 중독되었다. 외과의사 프로그램으로 얻은 공허한 성공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완벽함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텅 빈 마음을 채울 다음 요리가 필요했다. 일에서의 성공이 이토록 공허하다면, 어쩌면 가장 사적인 관계를 '완벽하게' 만들면 진정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난번 방문 때 보았던 부모님의 걱정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은 나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거울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인생 뷔페'의 가상 홀에 다시 접속했다. 수많은 경험 패키지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 '관계' 카테고리를 열었다. 그곳에는 '매력적인 연인', '카리스마 있는 리더', 그리고 '완벽한 아들'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완벽한 아들'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다운로드는 외과의사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기술적인 지식 대신, 따뜻한 대화법,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 취향부터 어릴 적 추억까지, 수십 년간의 이상적인 아들의 모든 데이터가 내 뇌에 각인되었다. 그것은 마치 내 서툴고 이기적이었던 과거의 기억 위로 완벽하고 다정한 기억을 덧씌우는 과정 같았다. 나의 진짜 감정 회로가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 설치를 마치고,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전화기는 필요 없었다. 의식을 집중해 어머니의 뉴럴 링크로 접속했다. 머릿속에서 부드러운 연결음이 들렸다.
"엄마, 저예요. 잘 지내셨어요?"
내 생각이 따뜻하고 안정된 감정 파형과 함께 어머니의 뇌에 직접 전달되었다. 목소리 톤, 걱정의 깊이, 애정의 농도까지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조율했다.
[시스템 제안: 어머니의 허리 통증에 대해 질문하십시오. 지난 통화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지난번에 허리 아프시다고 했는데, 좀 괜찮으세요? 제가 너무 신경을 못 써드렸네요."
어머니의 생각에서 기쁨의 파동이 느껴졌다. "어머,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니? 괜찮아, 많이 좋아졌단다. 아들이 이렇게 신경 써주니 다 나은 것 같네."
나는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따랐다. 아버지가 아끼는 난초의 상태를 묻고, 어머니가 최근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의 줄거리에 대해 완벽한 리액션을 보냈다. 프로그램은 부모님과의 지난 모든 대화를 분석하여 최적의 대화 주제와 감정 반응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나는 완벽한 아들이 되어 부모님에게 최적의 행복을 선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묘한 위화감이 감돌았다. 어머니의 생각이 내게 조심스럽게 전달되었다. "네 생각은 느껴지는데... 참 다정하고 좋은데... 왠지 예전의 온기가 없는 것 같구나. 아들, 정말 괜찮은 거니?"
그녀의 본능적인 직감이, 수만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나의 완벽한 가면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나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완벽한 대답을 전송해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의 떨림까지는 흉내 낼 수 없었다. 어머니는 나의 말이 아니라, 내 안에서 사라져버린 '나'의 부재를 느끼고 있었다.
통신을 끊자, 프로그램이 부여했던 다정함과 효심은 혀끝에 남은 설탕처럼 금세 사라졌다. 내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완벽한 아들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그 성공은 이전보다 더 깊고 차가운 공허함만을 남겼다. 나는 가면을 썼고, 그 가면은 너무나 완벽해서 이제는 나조차도 가면 아래의 내 진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가고 있었다. 부모님을 향한 나의 마음은 더 이상 서투르지만 따뜻한 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고 완벽하게 계산된 데이터의 조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