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7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7월: 열대야, 그리고 청구서


숨 막히는 열대야가 도시를 거대한 찜통으로 만들던 한여름이었다. 아스팔트는 녹아내렸고,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절망처럼 뜨거웠다. 이런 현실과 달리, TV 속 세상은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고 있었다. "100세 시대, 이제는 현실", "의료 혁명, 질병을 정복하다" 같은 희망적인 제목의 뉴스들이 연일 쏟아졌다. 그러나 나는 그 화려한 헤드라인 뒤에 숨겨진 차가운 청구서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기록에 **'생명 연장, 과연 축복인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며칠 뒤, 예감은 잔인한 현실이 되어 내게 닥쳐왔다.


그 해, 70대 중반이신 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뇌혈관이 막혔다는 전화 속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은 차가운 금속과 소독약 냄새, 그리고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인간 의사 대신, 정교한 로봇 팔과 인공지능 시스템이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었다. 감정 없는 합성 음성이 보호자 대기실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환자분, 혈전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나는 어머니를 보았다. 수많은 생명 유지 장치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평온하게 잠든 모습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기적처럼 어머니의 생명을 구해냈다. 안도감에 다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적에는 대가가 있었다.


퇴원 수속을 밟던 날, 나는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거대한 숫자가 찍힌 청구서를 받아 들었다. 최첨단 로봇 수술 비용, 유전자 맞춤형 약물 치료비, 그리고 앞으로 평생 받아야 할 원격 관리 시스템 이용료까지. 내 평생의 저축을 쏟아부어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어머니의 회복은 분명 축복이었지만, 그 축복은 동시에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담보로 잡은 거대한 빚이었다.


그날 밤 병실에서 잠든 어머니의 고요한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으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지만, 내 주머니 속 차가운 청구서는 얼음처럼 나의 심장을 죄어왔다. 길어진 수명은 모두에게 축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돈으로 사야 하는 값비싼 상품이었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그러나 결국 마주하게 된 거대한 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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