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 Part11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11장.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혜진의 가족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 한번 깨졌던 그릇은 결코 완벽하게 붙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금이 간 그 자리에서, 가느다랗지만 강인한 새로운 관계의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혜진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완벽한 엄마'를 연기하지 않았다. 대신 상처받고 지쳐도 다시 일어서는 '솔직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어느 날 저녁, 파트타임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소파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는 그녀에게, 방에서 나온 첫째 현우가 무심코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예전 같으면 반사적으로 "아니야, 괜찮아"라고 했을 그녀가, 처음으로 아이의 눈을 보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응, 엄마 오늘 회사에서 좀 힘든 일이 있었어. 그래서 많이 지치네." 현우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요?" 그날 세 사람은 나란히 부엌 식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먹었다. 완벽한 저녁 식사는 아니었지만, 서툰 위로와 솔직함으로 채워진 그 식탁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따뜻했다.


매주 토요일 밤, 그들만의 작은 영화관이 열렸다. 처음에는 고문처럼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실의 공기는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그들의 대화는 아주 조금씩 깊어졌다. 어느 영화가 끝난 늦은 밤, 둘째 지훈이 머뭇거리며 혜진에게 다가와 작은 상자를 건넸다. 방 안에서 며칠간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들던 결과물이었다. 오래전, 가족이 함께 갔던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를 서툰 솜씨로 엮어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목걸이였다. 그는 조개를 엮으며 생각했다. ‘이 조개를 주웠을 때, 아빠도 옆에 있었는데… 그 기억은 이제 다 부서진 걸까? 아니야. 부서진 조각이라도 다시 붙이면 돼. 엄마 혼자 너무 힘들어 보이잖아.’ 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감정을 숨기며 상자를 내밀었다. "엄마, 이거. 그동안 고생했잖아."


혜진은 목걸이를 받아들다 말고 울컥 눈물을 흘렸다. 거칠고 삐뚤빼뚤한 조개껍데기의 감촉이, 아들의 상처 입은 여린 마음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아빠가 떠난 건 슬프지만, 엄마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좋아." 그 말은, 무너졌던 가족의 벽돌이 서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였다.


그날 밤, 혜진은 잠 못 드는 둘째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타 주었다. 그녀는 얼마 전 화실에서 직접 만들었던, 유약이 고르지 않게 발리고 입구가 살짝 비뚤어진 찻잔에 코코아를 담았다. 아이는 찻잔을 받아들고는 피식 웃었다. "엄마, 이거 좀 이상하게 생겼다."


"그렇지? 그래도 꽤 쓸만해." 혜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완벽하지 않은, 상처투성이의 찻잔에 담긴 따뜻한 온기. 그것은 마치 지금의 그들 가족의 모습과도 같았다.


첫째 아이 현우의 마음속 얼음은 더디게 녹았다. 요리사를 꿈꾸던 아이가 믿고 따르던 스승에게 재능을 착취당하고 깊은 좌절에 빠져있던 어느 날 밤, 혜진은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주 오래전, 그가 어릴 때 아프다며 칭얼거릴 때마다 만들어주었던 서툰 모양의 계란말이를 부쳤다. 타박이나 섣부른 조언 대신,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접시를 그의 굳게 닫힌 방문 앞에 놓아주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작은 소리가 들리고 아들은 말없이 접시를 들고 들어갔다. 그날 이후, 현우는 아주 조금씩, 다시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함께 영화를 볼 때면, 예전처럼 거실의 큰 TV 화면을 켜는 대신, 빔 프로젝터로 하얀 벽에 그들만의 작은 영화관을 만들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빛바랜 추억의 가족사진처럼 희미하게 흔들렸지만, 그 옆에 나란히 소파에 앉아 팝콘을 나눠 먹는 세 사람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따뜻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후 혜진은 홀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 고소한 팝콘 냄새와 아이들의 온기가 희미하게 남은 공간. 모든 것이 평화로웠지만, 문득 심장이 서늘해졌다. 이 행복이 너무나 소중해서, 또다시 부서지고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혀 밑의 가시처럼 아릿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슬픔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이 깊어질수록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언제나 곁에 머문다는 것을 그녀는 이제 알았다. 그녀는 그 슬픔의 그림자를 밀어내는 대신, 가만히 자신의 일부로 끌어안았다. 괜찮아. 이 또한 나의 일부니까. 그림자를 품은 사람은, 빛의 소중함을 더 깊이 아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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