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1편 - Part16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6장. 아버지의 고통


고개를 숙인 젊은 근로자의 텅 빈 눈. 그 눈빛이 유진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수십 년간 단단하게 닫혀 있던 기억의 수문이 거대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햇살이 금가루처럼 쏟아지던 어린 시절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아버지는 정원에서 잡초를 뽑다가 갑자기 밭은기침을 터뜨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버지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하얗게 질린 그의 손가락 사이로 선홍색 피가 비치는 것을 어린 유진은 보고 말았다.


"아빠!" 겁에 질려 아버지에게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를 밀어냈다. "아무것도 아니야, 유진."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날 밤, 유진은 잠결에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아버지의 흐느낌을 들었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서재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틈새로 엿본 아버지는 자신의 고통이 잠든 가족에게 들릴까 봐,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국가는 그에게 영웅이라는 훈장을 주었지만, 그 훈장은 동시에 그의 입을 막고 그의 고통을 증발시키는 차가운 재갈이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영광의 그림자 속에서 철저히 혼자였다.


유진은 깨달았다. 지금 저 천막 안에서 그림자처럼 격리된 근로자들과, 영웅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혔던 자신의 아버지는 정확히 같은 비극을 겪고 있었다. 장소와 시간, 그리고 국적만 다를 뿐, 거대한 재난 앞에서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희생되고, 소모품처럼 버려진 뒤 잊혀 가는 개인의 운명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유진은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는 단지 이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고통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다시 한번 목격하고, 아버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질문을 대신 던지기 위해 이 지옥으로 이끌려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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