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1편 - Part17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7장. 절망적인 외면


유진은 분노로 떨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지휘소로 향했다. 그는 곧장,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여전히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 아키라에게 다가갔다.


"4번 천막에 있는 근로자들 말입니다. 목에 방사선 화상 자국이 선명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장 후방의 전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저건 격리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아키라는 유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시선을 여전히 스크린에 고정한 채 대답했다. "그들의 피폭 수치는 비상시 허용 프로토콜 범위 내에 있습니다. 규정상 의료적 조치가 시급한 '환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깟 프로토콜이 문제입니까! 눈앞의 데이터가 전부가 아니란 말입니다!"


"현재 우리는 외부로 나가는 모든 수송 자원을 오염수 처리 장비와 냉각재 확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아키라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유진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비상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습니다, 킴 박사. 우리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움직입니다. 소수의 인원을 위해 전체 작전을 위태롭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상태는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감수해야 할 손실'입니다."


'감수해야 할 손실.' 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아키라는 악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시스템의 논리를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는 완벽한 기계에 가까웠다. 그는 인간의 비극을 비극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을 단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변수 중 하나로, 그것도 우선순위가 지극히 낮은 변수로 취급할 뿐이었다.


시스템의 논리라는 견고하고 차가운 성벽 뒤에 숨어, 바로 눈앞의 고통을 합리적으로 외면하는 그의 모습에서 유진은 깊고 어두운 절망을 느꼈다. 25년 전,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도 바로 저런 종류의 합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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