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1편 - Part18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8장. 침묵의 무게


그날 밤, 유진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임시 숙소의 간이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눈꺼풀 안에는 4번 천막의 텅 빈 눈들과 아버지의 피 묻은 손이 아른거렸다.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지휘소로 향했다.


한밤의 지휘소는 깊은 피로감에 잠겨 있었다. 유진은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야간 교대조 근로자들이 줄지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플러드라이트 불빛이 그들의 지친 얼굴을 유령처럼 하얗게 비췄다. 유진은 그들의 눈을 보았다. 희망도, 분노도, 심지어 두려움마저도 사라진 텅 빈 눈.


아버지 세대가 평생을 짊어져야 했던 그 침묵의 무게가 바로 저런 것이었을까.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저 국가와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한 역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생명을 소진하며 스러져 갔다. 그들의 침묵은 때로는 숭고한 희생으로, 때로는 미덕으로 포장되고 칭송받았지만, 유진은 이제 그 이면의 잔인한 진실을 알았다. 그 침묵은 시스템이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이고 값싼 도구였다.


유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 끔찍한 침묵이 결국 또 다른, 더 거대한 재앙을 낳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지금 저 근로자들의 체념 어린 침묵, 진실을 외면하는 아키라의 이성적인 침묵, 그리고 과거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침묵. 그 모든 말하지 못한 진실과 터뜨리지 못한 고통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이 3호기 원자로보다 더 무섭게 폭발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 침묵을 깨야 한다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비극의 고리는 영원히 반복될 뿐이라고.




이전 18화The Fukushima Tape 1편 - Part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