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2호기 원자로의 상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다. 밤사이 압력 그래프는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의 심전도처럼 더욱 불안정해졌고, 지휘소의 공기는 전날보다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현장의 모든 핵심 인물들이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았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지휘관, 아키라의 자리였다.
1분 1초를 다투는 이 재앙의 현장에서,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던 그 완벽주의자 지휘관의 부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자 불길한 징조였다.
유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회의실 한쪽에 놓인 아키라의 개인 책상으로 향했다. 언제나 자를 대고 그은 듯 정돈되어 있던 책상 위, 서류 더미에 일부가 눌려 있던 낡은 사진 액자 하나가 비스듬히 넘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치 누군가 황급히 집어 들었다가 심란한 마음에 제대로 놓지 못한 흔적처럼, 완벽하게 통제되던 그의 세계에 나타난 유일한 균열이었다.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홀린 듯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남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기분으로 차가운 금속테의 사진 액자를 바로 세웠다.
사진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숨을 멈췄다.
사진 속에는, 지금의 그와는 전혀 다른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평범한 집의 거실, 그의 무릎에는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고, 그의 어깨에 기댄 아내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뿔테 안경도, 날카로운 눈빛도 없이,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유진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웃던 사람이 왜 기계가 되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 가족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