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2편 - Part2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2장: 차가운 주방의 불꽃


혜진의 평온한 세상과는 정반대로, 첫째 아들 선우의 세상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그는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시엘'의 심장부, 쉴 새 없이 불꽃과 증기가 피어오르지만 이상할 만큼 차가운 스테인리스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요리는 예술이기 이전에 완벽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과학이었고, 따뜻한 감성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불순물이었다.


총괄 셰프인 강 셰프는 이 차가운 왕국의 군주였다. 그에게 요리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작품이자, 수십만 원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품이었다. 반면 선우에게 요리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던 시절 서툴지만 따뜻했던 엄마의 계란말이처럼, 누군가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위로여야 했다. 아버지의 세계에서 경멸당했던 그 온기를, 그는 자신의 접시 위에 구현하고 싶었다.


그날도 선우는 밤을 새워 개발한 새로운 소스를 강 셰프의 평가대 위에 올렸다. 할머니의 된장찌개에서 영감을 얻은 '된장 뵈르블랑' 소스였다. 강 셰프는 상어처럼 조용히 다가와, 작은 스푼으로 소스를 혀끝에서 아주 천천히 굴렸다. 그 침묵은 선우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침내 셰프는 스푼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여긴 네 할머니 부엌이 아니야, 선우야. 감상은 버려. 이 맛은 너무 정직해. 너무 따뜻하고, 예측 가능해. 손님들은 집에서 먹는 된장찌개를 맛보려고 수십만 원을 내는 게 아니야. 완벽한 충격, 경험해보지 못한 맛의 전율을 원하는 거지. 네 소스에는 이야기는 있지만, 돈이 될 만한 ‘사건’이 없어. 알겠나? 위로는 돈이 안 돼."


선우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신념이 '감상', '돈이 안 되는 짓'이라는 단어로 평가절하되는 것에 깊은 모멸감을 느꼈다. 뜨거운 주방의 열기 속에서, 온몸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서비스 내내, 선우는 영혼이 없는 로봇처럼 움직였다. 퇴근 후 자신의 작은 자취방에 돌아온 그는, 냉장고의 고급 식재료들을 외면한 채 인스턴트 라면 한 봉지를 꺼내 물을 끓였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그 어떤 요리도 지금 자신을 위로해주지 못할 것 같았다. 위로의 요리사가 되겠다던 그의 꿈은, 차가운 주방의 불꽃 앞에서 조금씩 길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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