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2편 - Part13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13장: 등대지기 엄마


혜진과 민우는 서로의 가장 깊은 상처를 공유한 이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단단한 유대감으로 묶였다. 그 안정감 속에서, 혜진은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깨달았다. 과거 그녀는 아이들을 향해 돌진하는 모든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방파제 같은 엄마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아들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 애쓰는 '해결사'가 아니었다. 아들들이 스스로 자신의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그저 멀리서 묵묵히 빛을 비추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등대' 같은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선우가 자신의 작은 식당에서 쓸 그릇을 부탁하기 위해 화실을 찾아왔다. "엄마, 이번 디저트는 따뜻함이 주제예요. 그래서 완벽하게 매끈한 그릇 말고, 손자국이 좀 남은 듯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릇이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의 혜진이었다면 "이런 모양은 어떠니?"라며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물레 앞에 앉아 흙을 올리고는, 선우에게 물었다. "네가 생각하는 온기를, 말로 설명해줄래?"


슬럼프를 겪던 지훈이 찾아왔을 때도, 혜진은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들의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본 후, 낡은 시집 한 권과 오래된 흑백 사진집을 꺼내 아들 앞에 놓아주었다. "네 지난번 작품은 거대한 폭풍에 대한 이야기였지. 어쩌면 다음 이야기는,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함 속에 있는 건 아닐까."


그 주 주말 저녁, 네 사람은 처음으로 '혜진의 부엌'에 함께 모였다. 어색함 대신 편안한 웃음이 오가는 식탁. 과거 지훈의 재능을 혹평했던 노교수도 민우의 초대를 받아 자리에 함께했다. 노교수는 요리에 집중한 선우를 찍은 지훈의 사진을 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렌즈가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구나." 그 한마디에 지훈은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혜진은 아들들이 민우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과거의 상처가 남긴 빈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따뜻한 가족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날 저녁, 가게를 정리하며 혜진은 민우에게 말했다. "예전엔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내 심장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젠 알아요. 그 불은 아이들이 스스로 넘어가야 할 산이라는 걸. 내가 할 일은 불을 끄는 게 아니라, 그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멀리서 불을 밝혀주는 거라는 걸요."


민우는 닦던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은 처음부터 등대였어요. 다만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빛을 다른 사람을 비추는 데만 썼을 뿐이지. 이제는 당신 자신도 비추고 있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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