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30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30장. 아키라의 각성


유진의 고백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아키라의 심장에 박혔다. 그는 유진의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그의 고통스러운 눈빛 속에서 거울처럼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완벽주의. 자신의 침묵. 그것이 사랑하는 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방패라고 평생을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이제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그 완벽주의와 침묵은 방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진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결국 가족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는 감옥의 벽이었다. 만약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하나뿐인 내 딸 유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유진이 그랬던 것처럼,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깊은 고통과,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지독한 질문들뿐일 것이다.


아빠는 왜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을까?


아빠는 왜 나를 혼자 두고 떠났을까?


아빠는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


자신은 딸을 지키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딸에게 똑같은 트라우마를,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대물림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키라는 전율했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깨달음이었다. 그 순간, 그를 지배하던 모든 것이 의미를 잃었다. 국가, 회사, 그리고 목숨처럼 여겼던 매뉴얼. 그 모든 것은 딸의 눈물 앞에서, 한 인간의 존엄성과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앞에서 휴지 조각처럼 초라해졌다.


그는 이제 국가의 명령이나 시스템의 논리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한 아버지로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고뇌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시스템의 부품으로 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로서 죽거나, 아버지로서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