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정부의 의도는 명확해졌다. 며칠 뒤 다시 찾아온 관료는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달콤한 제안을 내놓았다.
"두 분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정부는 두 분과 가족분들에게 평생 최고의 의료 지원과 넉넉한 연금을 약속드립니다. 공기 좋은 스위스의 요양 시설에서 남은 생을 조용하고 안락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거부하기 힘든, 꿀처럼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거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받는 조건은 완벽한 '침묵'이었다. 정부가 만든 영웅담에 동의하고, 다시는 현장에서 있었던 혼란과 진실을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암묵적인 협박이자, 황금으로 만든 재갈이었다.
유진은 고뇌에 빠졌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적어도 이 지긋지긋한 육체적 고통에서는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 표트르의 삶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아키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딸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정직하고 떳떳한 유산을 남길 것인가. 그는 아버지로서 모든 것을 걸고 선택해야만 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격벽을 사이에 두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고독한 대화를 눈빛으로 나누었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관료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 순간, 유진과 아키라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관료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고통이나 고뇌의 흔적이 없었다. 오직 강철처럼 차갑고 단단한 의지만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