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기자 '켄타'>
며칠간, 나는 무력감 속에서 값싼 비즈니스호텔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세상과 나를 단절시켰다. 그때, 암호화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진실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오.’ 접선 장소는 교토 외곽의 오래된 사찰이었다.
약속 장소에는 잘 다려진 비싼 코트를 입은 노인이 연못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과거에 침묵했던 죄인'이라고만 소개했다. 그는 15년 전, 아키라의 부하 직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전의 치명적인 안전 결함을 처음 발견했지만, 상부의 압력에 굴복해 보고서를 덮었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그 젊은 기술원의 이름은 타나카였네.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지.” 노인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청문회에서 아키라 상의 눈빛을 보니, 더 이상 내 죄를 외면할 수가 없더군. 나는 그 젊은 기술자의 죽음에 빚을 졌고, 이제야 그 빚을 갚으려 하네.”
그가 내민 낡고 묵직한 서류 가방 안에는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 단계부터 존재했던 안전 결함에 대한 원본 보고서, 정부와 전력회사가 수십 년간 주고받은 뇌물과 은밀한 거래 내역이 담긴 비자금 장부, 그리고 위증을 강요한 정황이 담긴 고위 관료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까지.
이것은 단순한 증거가 아니었다. 시스템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비수였다.
“이것들이 세상에 공개되면, 나는 물론이고 내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걸세. 자네도 마찬가지고.” 노인의 눈빛이 경고로 번뜩였다. "이걸 세상에 알리는 것은 이제 자네의 몫이야."
그 말을 남기고 노인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듯 대나무 숲 사이로 떠났다. 나는 묵직한 가방을 든 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제 주사위는 나에게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