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50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2부: 세계의 메아리


50장. 파리의 고뇌


<프랑스 전문가 '피에르'>


파리의 고풍스러운 아파트 서재에서, 나는 유진 킴과 아키라의 청문회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모니터 속 그들의 수척하지만 형형한 눈빛을 볼 때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도 그 지옥 같은 현장에 있었다. 아키라의 위험한 매뉴얼 집착과, 시스템의 붕괴를 예견했던 유진의 절규를 바로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프랑스 원자력 산업계의 중진으로서, 일본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곧 프랑스의 기술적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유진의 마지막 말이 칼날이 되어 내 양심을 찔렀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나를 향한, 그날 현장에서 침묵했던 우리 모두를 향한 고발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안락한 서재에 숨어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독일의 클라우스에게, 그리고 러시아의 드미트리에게.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이유로 침묵했던 자들이었다.


“클라우스, 나 피에르일세. 자네도 봤겠지. 우리도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되네. 이제는 우리가 대답해야 할 시간이야.”


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체념과 결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동 성명서 초안을 작성해서 보내주게. 나도 서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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