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기자 '켄타'>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는 도쿄 외곽의 한 대학 도서관, 지하 서고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몇 겹의 가상 사설망을 우회해 암호화된 데이터 묶음을 전송하기 시작했다. 수신자는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영국의 <가디언> 탐사보도팀. 그들이라면 시스템의 외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업로드 진행률을 나타내는 파란 막대가 마치 내 운명처럼,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1분 1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전송 완료 (Transmission Complete)’.
모니터에 뜬 그 녹색 메시지를 보는 순간, 나는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끝났다. 나는 화장실로 가 마지막 남은 증거인 USB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모든 것은 이제 내 손을 떠나 세상의 것이 되었다.
도서관을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텅 빈 거리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 직장, 동료, 어쩌면 평범한 삶까지도. 하지만 기자로서의 양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냈다.
자판기에서 따뜻한 캔 커피를 뽑아 차가워진 손에 쥐었다. 이제 곧 동이 틀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낸 진실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며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