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58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58장. 마지막 약속


다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유진과 아키라는 깊은 주름과 지혜를 얻은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재회했다. 그들은 서로의 지팡이가 되어주며, 후쿠시마의 폐허가 내려다보이는, 이제는 이름 모를 들꽃으로 가득한 언덕을 천천히 올랐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도시는 이제 무성한 풀과 나무에 뒤덮여 거대한 숲,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많이 바꾸었을까?" 지팡이에 깡마른 몸을 의지한 유진이, 오랜 침묵 끝에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 아키라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아, 친구. 인간은 어리석어서, 고통은 너무 쉽게 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그의 말에는 한평생을 싸워온 자의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절망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저 멀리, 폐허 너머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유진. 우리가 남긴 이야기가 있지 않나. 켄타가 쓴 책, 그리고 우리를 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겠지.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재앙이 찾아와 모두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순간이 왔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침묵을 깨는 용기를 낸다면… 그걸로 우리의 삶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거야."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야기’를 남겼다. 진실을 향한 의지가 얼마나 숭고한지, 그리고 한 인간의 용기가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


두 사람은 마지막 약속인 듯, 말없이 서로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저무는 석양이 그들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 위로, 마치 명예로운 훈장처럼 마지막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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