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근로자 '켄지'>
나는 살아남았다. 폐는 예전 같지 않고, 밤마다 뼈마디가 쑤시는 차가운 불길이 온몸을 기어 다녔지만, 그래도 살아있다. 후쿠시마를 떠난 후 오랫동안 나는 유령처럼 살았다. 사람들을 피했고, 세상이 나를 잊었듯 나도 세상을 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켠 낡은 TV에서 그들을 보았다. 청문회 증인석에 앉은 아키라 상과 유진 킴 박사. 그들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4번 천막에 버려졌던 우리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시스템의 ‘오류’로 취급받던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유진 킴 박사가 스크린에 우리의 실제 피폭 데이터를 띄우고, 은폐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줄 때,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그날 밤,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오늘, 나는 아키라 상이 세운 피해자 지원 단체의 문 앞에 섰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눈빛,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아키라 상이, 예전의 그 얼음처럼 차가운 책임자가 아닌, 그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피해자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웃었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얻게 된, 슬픔과 이해가 담긴 미소였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의 맞은편 빈자리에 앉았다. 나의 길고 어두웠던 침묵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