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56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56장. 간주곡 IV: 시스템의 황혼


<전직 관료 야마자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국제적인 파문 이후, 나는 모든 책임의 희생양이 되어 불명예 퇴직했다. 내가 지키려 했던 국가는 도마뱀 꼬리를 자르듯 나를 버렸다. 나는 여전히, 그 순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내 임무에, 국가의 안녕이라는 대의에 충실했을 뿐이다.


수십 년이 흘러, 나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작은 집에서 홀로 늙어가고 있다. 가끔 낡은 텔레비전에서 유진 킴과 아키라의 소식을 본다. 오늘은 그들의 책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세상은 그들을 시대의 양심, 영웅이라 부른다.


나는 그들을 증오하는가? 한때는 그랬다. 저들의 어설픈 이상주의가 내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고 저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증오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너무 늙고 지쳤다. 다만 가끔씩 잠 못 이루는 스산한 밤이면 생각한다. 만약 그때, 후쿠시마에서,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대의’라는 이름 뒤에 숨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청문회장에서 보았던 아키라의 눈빛이 문득 떠올랐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상하게도 흔들림 없던 그 눈. 만약… 그가 진정으로 무언가를 지켜낸 것이었다면? 이라는 섬뜩한 가정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나는 그 생각을 지우려는 듯 독한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부질없는 생각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의 끝에, 패배자로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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