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57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57장. 아버지의 묘소에서


어느 늦가을,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유진은 아버지 표트르의 묘지를 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 ‘표트르 킴’이 새겨진 차가운 화강암 묘비 앞에 소박한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았다. 수십 년간 그의 가슴을 지옥처럼 짓눌렀던 원망과 분노, 풀리지 않던 질문들은 이제 없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이제야… 아버지의 침묵을 이해합니다. 당신은 약해서 침묵한 것이 아니었어요. 저를,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진실을 혼자 짊어지고, 스스로 감옥이 되는 침묵을 선택하셨죠. 저는 평생 그 침묵을 원망했지만, 그것이 서툴렀지만 가장 깊었던, 아버지만의 사랑 방식이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그는 장갑을 벗고, 차가운 묘비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저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침묵을 깨고 소리치는 것으로 제 아이들과, 그리고 다른 이들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아버지와 같은 침묵을 강요당하는 또 다른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아들은 당신처럼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남긴 그 무거운 비극의 유산을 딛고, 저만의 삶을, 저만의 대답을 찾아냈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잿빛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늦가을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의 따뜻한 용서처럼, 그의 지친 어깨를 말없이 감싸는 듯했다. 유진은 처음으로, 아버지의 묘비 앞에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길고 길었던 그의 싸움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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