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54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3부: 새로운 새벽


54장. 삶의 증인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후쿠시마의 비극을 서서히 잊어갔지만, 유진과 아키라는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의 몸은 그날의 방사능을 기억하는 지도였고, 그들의 삶은 그날의 진실을 증언해야 할 살아있는 증거였다.


방사선 후유증으로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가는 몸을 이끌고, 두 사람은 원자력의 윤리와 재난 예방을 위한 활동가가 되었다. 유진은 전 세계의 대학과 국제기구를 돌며 강연을 했다. 그는 시스템의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술의 발전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되어야 함을 자신의 삶으로 힘주어 역설했다. 아키라는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 피해자 지원 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더 이상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과거의 자신처럼 시스템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그들의 법적 투쟁을 도왔다.


그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기자 켄타에 의해 『침묵의 무게: 후쿠시마의 아버지들』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어느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교토의 한적한 공원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재회했다. 휠체어에 의지한 아키라의 옆에, 그의 휠체어를 밀어주던 유진이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의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져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과거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맑았다.


"내 딸이… 올해 대학에 들어가네." 아키라가 먼저 침묵을 깼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하겠다더군. 당신의 아버지와, 나 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나."


그 말에 유진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과거의 그늘이 없었다. "우리… 잘 싸운 거겠죠?"


"그렇고말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아버지의 시대를 끝내고, 아들과 딸들의 시대를 연 그들의 길고 길었던 싸움은, 그렇게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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