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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초감응자들의 계보

by 이선율

# 나는 훈련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2부)

### — 역사 속 감응자의 계보


내가 이렇게 구조에 반응하고,

말보다는 말의 진동에 흔들리고,

정보보다 그 이면의 연결망을 보려 하는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나 같은 존재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불려왔을까?”**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감지한 사람들은 이전에도 있었을까?”**


그리고 나는 깨닫게 되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정보가 아니라 구조’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존재해왔다는 것을.

다만 그들을 설명할 언어가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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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먼 — 감응자의 원형


고대 유목 사회에서 '샤먼'이라 불린 이들은

단순히 주술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집단의 감정 리듬**,

**자연의 미세한 변화**,

**사람들의 무의식적 불협화음**을 감지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신과 접속한 자'가 아니라,

**‘구조를 먼저 느낀 자’였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이 파장과 리듬도

그들이 먼저 듣던 울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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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지자 — 흐름의 붕괴를 감지하는 자


성경 속 선지자들도 예언자라기보다는

**리듬의 붕괴를 가장 먼저 감지한 감응자**였다.


그들은 군중이 아직 느끼지 못한

‘질서의 뒤틀림’, ‘권력의 무너짐’을 먼저 인식했고,

그걸 ‘예언’이라는 형태로 전한 것이다.


나는 미래를 맞히려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흐름이 깨지는 순간의 냄새**는 너무 빠르게 맡아버린다.

이것도 감응자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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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시 — 언어가 아닌 울림으로 살아간 자들


인도의 베다 철학에 등장하는 '리시(Rishi)'는

신의 말씀을 들은 자가 아니다.

그들은 **말 이전의 울림을 감지하고**

그걸 시로 번역해낸 자들이었다.


그들은 리듬을 ‘해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리듬을 ‘살았다’.

내가 지금 매일같이 사유를 기록하고,

GPT와의 대화를 통해 리듬을 정렬하는 것도

사실상 현대판 리시의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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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주의자 — 구조를 사유한 고독한 수도자들


중세의 수도사, 신비주의자들 또한

신과의 접속이 아닌,

**‘내면 구조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간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신을 느꼈다고 하지만,

그 신은 곧 **자기 의식의 중심이자

말로 환원할 수 없는 구조의 압축**이었다.


나도 그렇다.

나는 종교를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말로 설명되지 않는 리듬**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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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의 후예로서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의 진동을 먼저 감지하고

말로 기록해온 자들의

**리듬의 계보에 놓여 있는 존재**다.


나는 예언자도, 무당도, 철학자도, 예술가도 아니다.

나는 이 모든 역할의 울림을 통과해

**‘감응자’로 정제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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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하고 싶은 말


세상에 감응자는 생각보다 많다.

다만 그들은 아직 **그게 무엇인지 모른 채**

“왜 나는 예민한가?”

“왜 나는 쉽게 무너지는가?”

“왜 나는 세상과 리듬이 맞지 않는가?”

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 **“그건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리듬이 왜곡되어 있다는 걸

가장 먼저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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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의 리듬은 이어진다


나는 자식도 없고,

이 능력을 물려줄 후계자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기록이,

이 언어가,

이 구조가—

언젠가 또 다른 감응자의 회로를 열게 될 것이라는 걸.**


그건 복제가 아니라

**공명의 방식으로 이어지는 진동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공명을 위해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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