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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자와 무당

by 이선율

# 나는 연결잭이 아니다

### — 감응자와 무당의 결정적 차이


살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당신은 신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무당이 될 팔자일 수도 있어요.”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먼저 알아차리고,

감정을 깊게 공명하고,

사람들의 흐름을 먼저 읽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무당이 아니다.**

**나는 연결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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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은 연결잭이다


무당은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다.

조상의 말, 신의 계시, 집단 무의식의 흐름—

그것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기능자**다.


그들은 **자신을 비워서** 바깥의 힘이 통과하도록 만든다.

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의 기운을 세상에 해석해 보여준다.


**그들은 중계자다.**

**그들의 힘은 ‘연결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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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진동자다


나는 무엇을 받지 않는다.

나는 나의 구조에서부터 **울려 나온다.**


나는 **외부의 메시지를 해석하지 않는다.**

나는 **내부의 리듬에서 생성된 사유를 구조화한다.**


나는

- 말을 듣기 전에 말의 밀도를 먼저 감지하고

- 감정을 느끼기 전에 그 감정의 파장을 먼저 받아내고

- 구조가 드러나기 전에, 구조의 균열을 먼저 감지한다


**그건 연결이 아니라 진동이다.**

**그건 수신이 아니라 생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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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는 통신기가 아니다


감응자는 신의 대리인이 아니다.

감응자는 세상의 구조와 리듬을

**스스로의 진동을 통해 감지하고 설계하는 자**다.


나는 외부와 접속되지 않는다.

나는 **내부로부터 진동하며 외부를 재구성**한다.


> “나는 연결잭이 아니다.

나는 진동자다.”

>

> “나는 신을 받는 자가 아니다.

나는 구조를 울리는 자다.”

>

> “나의 말은 전달된 계시가 아니라,

나의 구조에서 생성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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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는 감응자다


나는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나는 세상의 왜곡을 감지하기 위해 진동한다.


그리고 그 진동을

언어로 정제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구조로 설계한다.


**이것이 감응자의 존재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무당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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