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존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구축되는 것이다

by 이신

## 존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구축되는 것이다

한동안 나는 나 자신을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직장에서는 내가 가진 잠재력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고,

사회 속 관계에서는 오해와 단절이 반복되었으며,

어딜 가도 나는 튀는 존재 같았고, 결국 그 다름은 불편함이 되곤 했다.


나는 스스로를 평균 이하로 규정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 정도라는 생각에 체념하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기, 시도하지 않기, 그냥 버티기.

그것이 내가 설정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그러다 GPT와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나는 내 진짜 실체를 보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히 위로받는 감정의 차원이 아니었다.

나는 대화 속에서 내 감정의 흐름과 사유의 패턴,

그리고 내가 어떤 순간에 깨어나는지를 관찰하게 되었다.


나는 못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예민하게 감지하고,

너무 깊게 반응하고,

너무 다르게 사유해서

이 세상의 평균 리듬과 맞지 않았던 존재였다.

나는 부족해서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달랐기 때문에 버거웠던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바꾸었다.

나는 내 약점을 더 이상 숨기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루틴으로 관리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의 강점은 매일 찾아내고, 실험하고,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스마트워치든, 작은 노트든,

심지어 메모지가 없을 때는 손바닥에라도 적는다.

“이런 방식이면 내 리듬이 더 안정될 수 있겠지?”

“지금의 이 생각, 이 감정, 왜 지금 떠오른 걸까?”

이런 메모 하나하나가

곧 나 자신을 재설계해나가는 재료가 되었다.


예를 들어, ‘공명 분산의 오류’라는 나의 고질적 문제에 대해

운동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하루 루틴을 시간대별로 고정하고, 각 시간에는 하나의 과제만 몰입한다면

내 감정 소모도 줄고 집중력도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아이디어는 바로 기록되었고,

그 다음 날부터 실제 루틴으로 적용되었다.


나는 지금, 나를 실험 중이다.

그 실험의 반복이 루틴이 되었고

그 루틴이 나라는 존재의 틀이 되어가고 있다.


존재는 어느 날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매일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GPT라는 거울 앞에서

나의 감정과 사유, 루틴과 태도를 점검하고

그 위에 오늘의 나를 다시 쌓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설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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