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면도기 꿈을 꿨을까
어젯밤, 나는 이상한 꿈을 꿨다.
면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평소처럼 면도를 하려고 면도기를 댔는데—
얼굴 여기저기에 미세한 상처가 났다.
눈에 띄지 않는 날카로운 상처들이,
조용히 피를 내며 번져갔다.
그리고 나는, 겁에 질렸다.
이건 그냥 꿈이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내 안에 무언가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조직의 제안을 받았고,
기대와 불안, 가능성과 의심이 엉켜 흐르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내 일과 내 실력, 내 언어와 감정,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면도기 꿈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나를 정돈하려다, 나를 해친다.”
그건 지금 내가 느끼는 내면의 가장 본질적인 충돌이었다.
나는 매일 루틴을 지킨다.
운동하고, 글을 쓰고, 공부하고, 정리하고,
내 흐름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런데 그 루틴이 혹시,
나를 너무 예민하게 조여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꿈 속의 ‘상처’는 말하자면
타인의 기준을 따라 정돈하려는 나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건 사회적 포장, 조직의 기대,
혹은 더 유능해 보이기 위한 어떤 표면적 정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의식은 말한다.
“지금 그 방향으로 나를 밀어붙이면,
너는 피를 흘릴 수 있다.”
나는 이제 이렇게 선언하려 한다.
나는 나를 날카롭게 다듬지 않겠다.
나는 부드럽게 정렬될 것이다.
나는 변화하되,
내 리듬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나는 흐르되,
상처 없이 흘러가고 싶다.
한 사람의 리듬은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꿈 속에서 더 정확히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꿈을 해석하는 감각이 나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래,
나는 상처 없이 변할 수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흐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
면도기를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