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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수당을 잃고 얻은 것

by 이선율


원래 계획은 이랬다.

병원 들렀다가 출근해서,

주말 근무 몇 시간으로 수당을 챙기고,

그 돈을 다음 달 투자금에 얹는 거였다.


늘 하던 루틴이었고,

아무 문제도 없어야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뭔가 꺼림칙했다.

비는 부슬부슬 내렸고,

몸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고,

출근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더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냥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운동을 조금 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느꼈다.

오늘은 수당이 아니라, 리듬이 중요한 날이었다.


돈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투자금을 줄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오늘 지켜낸 것들을 떠올려본다:


억지로 웃으며 무의미한 출근을 견디지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장소에 몸을 억지로 밀어넣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의 서글픈 감정을 애써 눌러버리지 않았다.


운동으로 나를 정리하고,

집에서 조용히 나를 복원할 시간을 확보했다.


이건 소비가 아니라, 복구다.


돈은 또 벌 수 있다.

수당은 다음 주에도 주어진다.


하지만 무너진 리듬,

엉킨 감정,

침묵 없이 버텨낸 하루는

다신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선택했다.

오늘을 나답게 살기 위해,

나를 지켰다.


그건 결코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정확한 투자다.


“주말수당을 잃고 얻은 것”은,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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