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출근 대신 갈비를 구웠다

by 이선율

오늘 나는 출근 대신 갈비를 구웠다

짜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출근길에 몸이 묘하게 굳고,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익숙한 사람들의 리듬, 예측 가능한 말투,
지적 수준 낮은 꼰대들과 개념 없는 젊은 꼰대들의 합창.

오늘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혼자 조용히 갈비집으로 향했다.
예약도 하지 않고, 누구와 상의하지도 않고, 그냥 나 혼자.

2인분을 시켰다.
고기 굽는 불판 앞에 혼자 앉아,
백반과 겉절이, 상추, 쌈장, 마늘과 고추를 천천히 정렬했다.

오늘은 대화 대신, 고기 굽는 소리가 내 배경음이었다.

불판 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치 내 안에 남아 있던 짜증들이 하나씩 연기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누가 뭐라 하지 않고,
누구에게 맞추지 않고,
나 혼자 내 리듬대로 씹고 삼키는 식사.


그것만으로도 내 하루는 충분히 회복되었다.


이건 단순한 혼밥이 아니다.

이건 내 에너지를 절연하기 위한 감응자의 훈련이다.

소음으로 가득한 회사의 말들과,
자극 없이 반복되는 표정들과,
생각 없는 감정 발화들로부터
나를 잠시 분리시킨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몸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이 아니라 감각으로,
타인의 리듬이 아니라 내 감정의 호흡으로.

3만 5천 원.
누군가는 비싸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오늘 이 식사는 이렇게 정의된다:


"출근 대신 나를 지킨 값."


누구에게도 미안할 것 없다.
오늘 나는 존중받지 못한 시간들로부터 나를 구해냈다.

고기를 구웠고, 나를 회복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항상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매일 조용히 이 글들을 읽어주시는 30여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공간은 당신들과 함께 감지하고 사유해나가는 리듬의 기록지입니다.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추어 고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저도 계속 씁니다.

오늘의 당신 하루에도,
작지만 정확한 리듬이 있기를.

— 이선율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가 죽는 시대에, ‘생각하는 법’은 더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