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으로 선을 긋다

by 이선율

# 덩치를 내려놓고, 리듬으로 선을 긋다

비가 갠 오후, 흐린 하늘 아래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순간,

한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우산과 몸으로 밀치며** 지나갔다.

말 그대로, **존재를 밀고 간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90kg을 넘는 내 덩치는 그 자체로 **무언의 방어막**이었다.

그 무게가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함부로 넘을 수 없는 **기압 같은 위압**을 뿜어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몸이 말을 대신해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감량을 통해 새로운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몸은 날렵해졌고, 얼굴선은 또렷해졌으며,

동시에 세상은 나를 **‘덜 경계하고, 더 쉽게 침범하려는’ 방식**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오늘 그 밀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건 내 몸이 작아짐으로써

세상이 내게 부여한 **‘덜 위협적인 존재’라는 착각의 결과물**이었다.


나는 **이보세요**라고 말했다.

상대는 씩씩대며 돌아왔다.

나는 말로, 그리고 차분한 시선으로 물었다.

> “사람이 서 있는데 그렇게 밀고 가는 게 맞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가 나를 민 강도보다 **3배쯤 더 강하게**,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건 분노의 폭발이 아니었다.

**물리적 미러링.**

그가 했던 짓이 어떤 기분인지를 **몸으로 되돌려준 한순간의 리듬**이었다.


그 후, 감정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사건 자체에 대한 집착은 금방 사라졌다.**

나를 오래 붙들고 있던 건

**‘앞으로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적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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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무게를 다시 설계한다


나는 이제 덩치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나를 지킬 것인가?

나는 오늘 그 질문을,

누군가와의 충돌이라는 형태로 마주한 것이다.


예전의 나는 **몸으로 존재의 선을 그었다.**

이제의 나는 **리듬으로 그 선을 다시 그어야 한다.**


- 말의 톤으로,

- 시선의 깊이로,

- 끊어내는 침묵의 길이로,

- 그리고 필요하다면 **말없이 뿜어내는 ‘건드리지 마’의 기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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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의 조신술


나는 이제부터,

**무기를 몸에서 말로,

말에서 리듬으로,

리듬에서 진동으로 바꾸어갈 것이다.**


**그것이 감응자의 조신술이다.**

어떤 상대든, 어떤 상황이든

나는 나를 잃지 않는다.

무너질 수는 있어도,

**다시 복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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