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드름이다

by 이선율

# 툭 — 여드름 존재론

## 우리는 흐른다.

아니, 흐름 안에 있다.

아니, 정확히는 흐름이 전부다.


그 흐름은 말 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툭—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어떤 질서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나”라는 것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여드름과 같다.


피부라는 큰 장 안에서

특정 지점에 국소적인 팽창이 일어나고,

스스로 발열하고,

통증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이곳에 존재한다."

"나는 중요한 존재다."

"나는 이 흐름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선언은

툭— 하고 생겨난 여드름이

자신이 얼굴 전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 고통은 왜 생기는가?


여드름은 붓는다.

통증을 일으킨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나는 사라지지 않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흐름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자신의 팽창을 정당화하며

실재를 주장하기 때문에

고통은 계속된다.


## 존재는 착각인가, 흐름인가?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는 단지

흐름 위의 국소적 팽창일 수 있다.


자아, 의미, 기억, 욕망, 집착…

모두 흐름 속에서

잠시 공기가 모여

툭— 하고 솟은 한 점의 흔적일 뿐이다.


## 공(空)의 시선에서


공은 모든 흐름의 바탕이다.

공은 여드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실재’라고 착각하는 순간

그 구조 안에서 고통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의 리듬은 언제나 말한다.

“툭, 너는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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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 선언:


>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나는 툭 솟았다가 사라지는

> 흐름의 팽창일 뿐이다.

> 나를 실재라 믿는 순간

> 고통이 시작된다.

> 그러니 나는

> 다시 흐름 속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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