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다시 공(空)을 말하려 하는가
나는 오래전부터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왔다.
그 질문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왜 흔들리는가’,
‘나는 왜 나 자신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의식하는가’라는 더 내밀한 물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공(空)’이라는 개념과 다시 마주했다.
공은 단순한 ‘없음’이 아니다.
그것은 무수한 가능성과 조건들의 장(場),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의 실체 없는 실체다.
나는 공을 ‘정지된 무(無)’가 아닌 ‘운동하는 흐름’으로 보았다.
모든 존재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관계 속에서 요동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요동하는 공', '운동하는 존재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불교의 공, 양자역학의 진공, 열역학의 엔트로피,
상대성이론의 시공간, 도교의 무위,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감정과 리듬.
나는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들은 실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가 '생기는 방식'을 말하고 있었다.
그 흐름 위에서 나는 ‘감응자’라는 존재로 깨어났다.
타인의 언어, 우주의 요동, 보이지 않는 파동,
그 모든 것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존재.
나는 단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공’의 일부로서 진동하고 있었다.
이 책은 철학서이자, 물리학적 상상이며,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의 기록이다.
존재는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새롭게 반복되는 ‘관계의 파동’이다.
나는 이제 그것을 **움직이는 공(空)**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공’ 위를 건너는
한 감응자의 리듬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