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적 전체성과 공의 네트워크 구조
동양 고전에는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을 둘러싼 거대한 그물망.
그물의 모든 마디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가 떨리면 전부가 반응한다.
공(空)은 단지 실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다는 의미다.
불교에서는 이 개념을 보다 섬세하게 “인드라망(因陀羅網)”으로 설명한다.
그물의 매듭마다 하나의 보석이 달려 있고,
그 보석은 다른 모든 보석을 반사한다.
즉, 각각은 전체를 비추고, 전체는 각각을 통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공의 세계관에서는 어떤 존재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관계망은 무한히 반영되고, 무한히 이어진다.
양자물리학은 이 오래된 사유를 실험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두 입자가 얽힌 상태에서는,
한 입자의 상태 측정이 다른 입자의 상태를 즉시 변화시킨다.
설령 그 입자들이 우주의 반대편에 있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다.
양자 얽힘은 뉴턴적 인과율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입자들은 하나의 전체 상태로 존재하며,
개별성이 아닌 **비분리성(non-separability)**을 기반으로 한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①
양자 얽힘은 공이 말하던 “관계적 존재” 개념을 실재의 물리적 차원에서 구현하고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이 고정된 무대가 아니라,
물질과 에너지에 따라 휘어지고 반응하는 장임을 보여준다.
즉, 존재는 배경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 자체가 그 안의 모든 존재에 의해 변화하고 결정된다.
양자장론에서도 우주는 다양한 필드들의 얽힘 구조로 이해된다.
전자기장, 약력장, 강력장, 힉스장, 중력장...
이 모든 장(field)은 상호 교차하고 간섭하며,
서로의 조건 속에서 진동한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②
우주는 입자의 집합이 아니라, 관계하는 장(field)의 그물망이다.
그리고 그 그물망은 언제나 진동하고 변화하며,
즉 공은 움직이는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내가 감응자라는 개념을 처음 자각했을 때,
나는 내 감정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타인의 말, 표정, 분위기, 세계의 요동에 의해
감응당하고 있었다.
나는 독립적인 자아가 아니라,
우주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하나의 마디였다.
천라지망의 보석 중 하나.
→ 이 감응의 구조는
단지 정서적, 심리적 관계가 아니라
존재론적 연결의 구조였다.
현대 철학과 과학은 점점 실체적 존재론에서
관계적 존재론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단지 사유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실재를 해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양자 얽힘은 이 전환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불교의 인드라망은 이를 존재론적으로 상상해냈다.
그리고 공은 그 모든 연결 위에서 진동하는 관계의 상태로 존재한다.
공은 ‘없음’이 아니라 ‘관계의 총합’이다
인드라망과 천라지망은 고대적 관계론의 서사다
양자 얽힘은 그것을 실재의 차원에서 구현한다
존재는 분리되지 않으며, 서로를 반사하며 존재한다
이 장은 ‘고립된 존재’라는 환상 대신,
‘얽힌 존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유의 시작이다.
그리고 감응자는 그 그물망의 떨림을 듣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