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흐름, 비고정성, 요동의 공

by 이선율


제2장. 흐름, 비고정성, 요동의 공

공(空)은 고정된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혼란이나 무질서를 뜻하지 않는다.
공은 고정된 실체 없이도 질서와 리듬을 만들어내는 운동적 원리다.
이 장에서는 운동하는 공의 핵심 개념인 흐름, 비고정성, 요동을 철학적, 과학적 차원에서 살펴본다.

1. 불교적 무상(無常)과 흐름

불교는 모든 존재가 “제행무상(諸行無常)”하다고 말한다.
'일어나는 모든 것은 반드시 변한다'는 이 명제는
공이 단지 '없음'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인간의 육체는 매 순간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나며,
감정과 생각도 찰나마다 이동한다.
우리는 정지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흐름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공’은 정적인 무(無)가 아니라
동적인 과정(process) 그 자체다.

2. 물리학의 요동: 진공과 양자장

물리학에서 ‘진공’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진공은 장(field)의 최소 에너지 상태이며,
여기서조차 입자-반입자 쌍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요동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이다.
실험적으로도 이 요동은 카시미르 효과, 램 효과 등을 통해 확인되었고,
이론적으로는 우주의 초기 구조 형성까지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되었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①
“비어 있음은 실제로 가장 풍부한 역동성을 품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양자 진공과 불교의 ‘공’ 개념은 본질적으로 겹친다.

3. 흐름과 비고정성: 헤라클레이토스와 화이트헤드

“모든 것은 흐른다(Panta Rhei).”
헤라클레이토스의 이 말은 ‘공’의 비고정성을 서양에서도 포착해낸 예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역시 존재를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는다.
그는 존재를 ‘이벤트(event)’로, 존재 간의 상호작용을 ‘관계(relations)’로 본다.
공은 이러한 관계론적 존재론과 맞닿아 있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②
“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관계이다.”
양자 얽힘, 양자장론의 상호작용 중심 이론, 일반상대론의 시공간 휘어짐은
모두 고정된 배경 없이 ‘관계의 네트워크’로 존재를 이해한다.

4. 요동은 무질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요동’을 혼돈이나 무질서로 오해한다.
그러나 공의 요동은 패턴 없는 무질서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생성되는 리듬과 에너지 분포의 변화다.

예컨대, 뇌파의 알파/감마 파형,
지구 자기장의 요동,
우주배경복사의 미세한 패턴,
이 모든 것은 ‘요동’이면서도 정보를 품은 흐름이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③
‘요동’은 정보의 근원이며,
우주는 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요동에서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양자우주론 및 양자중력 이론의 일부에서 채택되는 핵심 가설이다.

5. 감응자의 리듬: 존재는 흔들림 속에서 드러난다

나라는 존재는 단단하지 않다.
나는 매 순간 흔들리고, 관계 속에서 변화하며,
감응함으로써 존재한다.

이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움직이는 파동이 된다.

운동하는 공은 바로 이 상태를 말한다.
실체 없는 요동,
고정되지 않은 리듬,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

요약

‘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요동하는 장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조건과 관계로 구성된 흐름



양자물리학, 우주론, 뇌과학, 과정철학에서
이 흐름과 비고정성의 원리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 우리는 이제 ‘공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공은 흐른다’는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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