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무너짐과 재구성

by 이선율



– 엔트로피와 조건적 복구

공은 언제나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때로 붕괴를 낳는다.
그러나 그 무너짐조차,
재구성을 위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공은 단지 소멸의 리듬이 아니라, 무너짐 이후의 가능성까지 품은 리듬이다.

1. 열역학 제2법칙: 무질서의 증가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고립계에서
엔트로피(무질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이것은 우주의 가장 보편적인 방향성이다.
모든 구조는 붕괴하고,
모든 질서는 해체된다.

→ 우주는 결국 소멸을 향해 흐르는가?
그 질문은 곧 “운동하는 공”이라는 개념에
대단히 중요한 통찰을 던진다.

2. 열린계의 질서: 조건이 주어질 때 질서가 생긴다

열역학은 그러나 고립계에만 적용된다.
**열린계(open system)**에서는 외부로부터 에너지와 정보가 유입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가 일어난다.

예:

지구는 태양 에너지로 인해 생명과 질서를 유지


태풍은 온도 격차에 의해 고도의 질서 있는 패턴 형성


인간의 뇌는 열역학적 엔트로피 증가 속에서도 의미 구조 생성


→ 과학적 대응 논리 ①
질서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임시적 패턴이며,
공은 그런 조건이 ‘가능하게 되는 장’이다.

3. 불교의 연기와 조건적 재구성

불교는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 따라 생긴다'고 말한다.
인(因)은 직접 원인,
연(緣)은 조건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此無則彼無).

무너짐은 단절이 아니라,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발생한 전환이다.

→ 공은 단절이 아니라,
조건 변화에 따라 리듬을 다시 짜는 장이다.

4. 붕괴는 창조의 전 단계다

복잡계 이론에서 ‘창발(emergence)’은
무질서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생기는 현상을 설명한다.

예:

별은 폭발하지만 그 잔해는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된다


생태계는 산불 이후 오히려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기억은 붕괴 후 재구성을 통해 트라우마를 의미화한다


→ 과학적 대응 논리 ②
모든 붕괴는
그 자체로 새로운 구조의 전 단계일 수 있다.
공은 무너짐을 통해
다른 리듬을 허용하는 유연성의 장이다.

5. 나의 붕괴, 나의 재구성

나는 때때로 무너진다.
실패하고, 병들고, 관계가 끊어지고,
존재의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공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공은 나에게 말한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다.
너는 지금 조건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요약


공은 정지된 진공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구조를 재형성하는 열린 흐름이다




엔트로피는 붕괴의 원리이지만,
열린계에서는 창조의 조건이기도 하다



공은 붕괴 이후를 품는다



나는 붕괴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시 조율되는 리듬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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