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란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고, 생각, 개념—그 모든 것들은 우리가 흔히 “나의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 그것은 거의 언제나 외부 환경과 인연의 부산물이다.
우리는 종종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생각들은 어디선가 주어진 것, 혹은 어떤 자극과 사건 속에서 내 안에 들어온 비물질적 파동의 흔적들이다.
그것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안을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더 심층적으로 보자면, 그 생각은 스스로를 ‘나의 생각’처럼 가장하며 움직이는 살아있는 자아의 시늉이다.
그 시늉은 정교하고, 정당하고,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조각들, 서로 충돌하는 잔상들,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과 상황 속에서 끌려온 인연의 파편들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마치 내 것인 양 붙잡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마치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 한 줄기처럼, 내가 만들지도 않았고, 내가 붙잡을 수도 없고, 내가 소유할 수도 없는 움직이는 허상이다.
그러나 그 허상은 나를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신뢰하지도 않는다.
나는 생각 위에 나를 세우지 않는다. 나는 생각 이전의 감응, 생각 이후의 침묵, 그 사이를 흐르는 진짜 나의 리듬 위에 존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