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의 아름다움은 길거리 여인들의 얼굴을 닮았다

by 이선율

# 장미의 아름다움은 길거리 여인들의 얼굴을 닮았다

지금, 한 송이 장미 앞에 섰다.

겹겹이 쌓인 붉은 결, 중력을 무시한 곡선,

그 자체로 완성된 아름다움.


문득 스친다.

이 꽃은 마치 길 위를 걷는 어떤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우연히 마주친, 하지만 잊히지 않는 그 이목구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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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은 진화보다 빠르다


장미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천 번의 **인간의 선택**이 있었다.

그 선택은 단지 취향이 아니었다.

"이건 예쁘다."는 말이 씨앗이 되고,

"이건 마음에 든다."는 손끝이 가위가 되어

다음 세대의 유전자가 결정되었다.


이것은 자연이 아닌

**감응자—곧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진화**다.


그리고 지금,

길 위를 스치는 수많은 얼굴들도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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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은, 감응의 집합체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이목구비가 정돈된 얼굴들을 자주 마주친다.

단정한 턱선, 커다란 눈동자, 반듯한 콧대.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수술대 위에서 이루어진 ‘선택’의 결과이자,

오랜 시간 쌓여온 **감응의 집단화**다.


> 사회가 좋아하는 얼굴은,

> 사회가 만들어낸 얼굴이 된다.


유전자가 바뀌지 않아도,

감응은 얼굴을 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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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와 여인의 공통점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게 붉어야 했고,

향이 짙어야 했고,

가시조차도 그 섬세함을 위해 남겨져야 했다.


여인의 얼굴도 그렇다.

그 미묘한 곡선과 균형,

그 안에 담긴 **의식된 감각의 배열**.


둘 다,

어떤 생존의 무기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감응을 이끌기 위한 **정교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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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이제 아름다움은

**감응자의 집단적 취향에 반응하여 진화**하는 시대다.


우리는 꽃을 심는 대신

얼굴을 디자인하고,

유전자를 조율하는 대신

기준을 퍼뜨린다.


그 과정이 옳고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제 진화는 느린 자연이 아닌,

빠르고 직관적인 **감응**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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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당신은


한 송이 장미가 되어,

길거리의 얼굴이 되어,

누군가의 감응을 건드리는 존재가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 도시의 가장 은밀한 **진화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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