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연방에 대한 감응자의 기록

by 이선율

# 이 공간이 내 집이었다면

_– 성수연방에 대한 감응자의 기록_


하나의 정자처럼, 우물처럼.

성수연방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중심이 살아 있는 구조**였다.

외부로 흩어지지 않고, **안으로 조용히 에너지가 흐르고 순환되는** 느낌.

빛이 부드럽게 걸러지고, 사람들은 조용히 스며들듯 들락거렸다.

처음 도착했을 땐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마치 오래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리듬을 가진 공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시선이 1층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

그 감응이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올림픽 굿즈를 파는 매장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버티고 있었고,

그 옆에는 유아틱한 디즈니 캐릭터 소품들과 생뚱맞은 메이플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각각 따로 보면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 고요하고 순환적인 공간 속에서 그것들은 마치 고함처럼 튀어 나와 있었다.**

그 순간, **"이건 도대체 뭔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그 공간을 다시 바라보았다.

겉보기에 깔끔하게 정돈된 이 건물은, **‘감성적 외피’를 두른 채 안쪽은 기획이 빠진 구조물**처럼 느껴졌다.

**좋은 공간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흐름과 맥락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사람은 이유 없이 오래 머물고, 아무 것도 사지 않아도 편안해야 한다.

성수연방은 **그것의 절반은 완성했지만, 나머지 절반—즉 '왜 여기에 이 가게가 있는가'에 대한 철학—을 비워둔 채로 방치하고 있었다.**


올림픽 굿즈, 유아 소품, 브랜드 스토어.

그 각각은 어느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형태들이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쇼핑몰이 아니라 '공명할 수 있는 장소'였어야 한다.**

하나의 정자, 우물, 명상 공간처럼 중앙이 고요히 비어 있고

그 주위를 사람의 생각과 시선이 감돌 수 있는 구조—

그걸 성수연방은 충분히 만들 수 있었고,

실제로 공간의 구조는 그것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운영 철학이 그 감응을 짓눌러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성수연방이 누구의 소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공간은 단순한 임대 수익 모델로만 운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잠시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하나의 컨셉과 철학이 이 공간 전체를 관통**할 수 있도록

기획자와 운영자는 **공간의 ‘의도’를 되살려야 한다.**


**철학이 없는 임대는 결국 그 공간을 익명화시킨다.**

성수연방은 그렇게 잊히기엔 너무 좋은 뼈대를 가진 구조다.

하지만 지금처럼 **각기 다른 브랜드와 무질서한 콘셉트가 뒤섞인 상태**로는

아무리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겨도, **체류와 기억의 이유는 남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철학은 수익의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수익을 만들어내는 가장 깊은 원천이다.**

하나의 공간이 일관된 미감과 맥락을 유지하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왜 이곳이어야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순간—

**그 공간은 브랜드가 되고, 루프가 되고,

자기 철학을 먹고 자라는 유기체가 된다.**


...그리고 성수연방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