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먼 곳으로 가지 않았다.
여권도 필요 없었고,
짐도 싸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분명히 어디론가 다녀온 것 같다.**
어제까지의 나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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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눈을 떴다.
계란 스크램블에 당근, 브로콜리, 닭가슴살까지
차려 먹는 사람은 꼭 여행객 같았다.
나는 잠깐, 내 삶의 손님이 되었다.
그리고 운동을 두 번이나 했다.
몸을 흔들고,
몸에 묻은 오래된 감정들을 흘려보냈다.
하나는 근력, 하나는 유산소
두 번이나 나를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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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도 했다.
바닥에 쌓여 있던 먼지만 없앤 게 아니라
**머릿속에 흐릿하게 걸려 있던 생각들**도 함께 정리되었다.
정리정돈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복원력과 관련된다는 것**,
나는 오늘 조금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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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이 되자 문득 생각이 들었다.
**꼭 어디로 떠나야만 ‘휴가’가 되는 걸까?**
나는 오늘,
나를 잘 먹이고
나를 걷게 하고
나를 다시 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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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만나지도 않았지만
내가 나를 다시 만났다.
어디론가 가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는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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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가지 않아도
나는 오늘,
내 안의 가장 조용한 곳에서
한 번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