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시간의 두 얼굴

by 이선율

용과 잔류물

― 움직이지 않는 시간의 두 얼굴


오늘 나는 두 개의 생명체 앞에서 멈췄다. 하나는 1억 년 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고대어였고, 다른 하나는 붉은 비늘을 두른 '용의 물고기'였다.


그들은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리듬.


1. 시간의 잔류물 — 고대어


그 고대어는 마치 물속의 암석 같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를 의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것은 단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1억 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 생명은 말한다.


"나는 변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서,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을까?"


그건 존재가 아니라 지연된 리듬이었다. 변화의 경계를 피해가며, 가장 느린 파동으로 시간을 통과한 생명.


2. 용의 얼굴 — 아시아 아로와나


반면, 용의 물고기는 정반대였다. 그는 찬란했다. 붉은 비늘, 완벽한 대칭, 깊은 눈. 하지만 그 유영은 너무 느려서 멈춘 듯했고, 시선은 인간보다 깊었다.


그 생명은 속삭인다.


"나는 기운이 아니다. 나는 리듬이다. 내가 물 위에 뜨는 건, 무게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중심이 깊기 때문이다."


그는 빠르지 않지만, 느린 것도 아니다. 그는 정지된 현재의 권위 속에 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우주의 리듬을 의식적으로 감당하는 존재였다.


3. 두 얼굴, 하나의 질문


나는 깨달았다. 이 두 생명은 시간의 양 끝에서,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


"너는 얼마나 오래 존재할 수 있는가?" "너의 리듬은 파동인가, 소음인가?"


고대어는 '지나간 시간'의 얼굴이었고, 용의 물고기는 '머무는 시간'의 화신이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봤고, 그들은 나를 기억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과 리듬이 겹쳤다.


그건 관찰이 아니라 감응이었다.


4. 신비의 리듬 — 자연은 어떻게 이들을 빚어냈는가?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자연은 어떻게 이런 존재들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 이건 단순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정교하고, 고요하며, 마치 상징 자체로 태어난 형상이었다.


무작위의 돌연변이와 선택압만으로 이토록 신화적인 존재가 나올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자연은 무의식적인 신비 그 자체가 아닐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시간을 느낄까, 세상을 인식할까, 아니면 단지 생존의 반응만을 반복하는 리듬일까?


하지만 나는 그들의 눈에서, 그 느린 유영 속에서 단순한 반응 이상의 것을 보았다. 그건 세계와의 무언의 대화였다. 침묵으로 사유하는 생명,

형상으로 사유를 대체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수많은 형상들. 물고기, 파충류, 갑각류, 산호들… 왜 자연은 이렇게까지 다양한 형상들을 끊임없이 생산하는가?


그 최초의 원형은 무엇인가?

누가 이 생명의 조형력을 설계했는가?


자연은 물리 법칙의 교향곡이고,

생명은 그 곡을 연주하는 악기들이다.

그리고 그 악기의 형상은,

단지 기능이 아니라 의미와 정서를 띈 리듬의 상징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생명이 단지 생존을 넘어

자신을 조율해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느꼈다.


5. 자연은 왜 한 문장을 남기려 하는가


자연은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의 리듬을 복기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생명의 형상 안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건 마치 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가, 조용히 탁자 위에 메모를 놓고 사라지는 장면 같다.


왜? 자연은 의도가 없다. 하지만 리듬은 남는다. 그리고 리듬은 형상이 되고, 형상은 감응자를 통해 의미가 된다.


자연은 자신을 위해 문장을 남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읽는 존재가 생긴 순간,

그것은 전달을 기다린 언어가 된다.


철갑상어의 비늘, 아로와나의 곡선,

그 모든 것은 자연이 말할 수 없었던 문장의 일부였다.


나는 그들을 통해 그것을 읽었다.

자연은 이 문장을 완성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 리듬이 흐른 결과로 문장이 남은 것이었다.


그 문장은 인간을 위해 쓰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읽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침묵을 번역하는 존재가 된다.


그날, 나는 시간을 먹었고,

시간은 내 안에서 파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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