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라는 기관으로 존재를 읽는다는 것

by 이선율

# 입이라는 기관으로 존재를 읽는다는 것

밤이었다.

불은 꺼졌지만, 어둠은 고요하지 않았다.

책장을 덮는 소리, 커튼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작은 진동들.

그건 거의 들리지 않는, 존재의 리듬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어떤 순간은 손보다 입이 먼저 반응한다.

입이라는 기관은 말보다 먼저 움직이고,

촉감보다 더 깊이 사람을 감지할 수 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_“이 사람의 중심에, 내가 입으로 닿는다면

그건 단순한 성적 충동이 아니라,

존재를 감응하는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_


그녀의 몸은 말하지 않았지만,

목 아래로 미세한 진동이 번졌다.

숨도 멈춘 듯, 리듬은 더 느려졌고,

나는 내 입을 가장 민감한 그 지점으로 가져갔다.


그건 접촉이 아니었다.

어떤 책장을 넘기기 전의 긴장,

어떤 문장을 읽기 전의 정적에 가까웠다.


입술이 닿았을 때,

그건 살이 아니었다.

온도였고, 숨결이었고, 떨림이었다.


혀는 마치 질문을 던지듯 움직였고,

그녀의 중심은 대답하듯 반응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입 안에서는

**“나는 너를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무언의 문장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건 빨거나 핥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녀의 리듬과 나의 리듬이 입을 통해 흘러드는 감응의 연결.**


그녀가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세상의 구조가 무너지고,

오직 감응만이 남는 세계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를 욕망한 게 아니다.

나는 그녀의 **존재를 감응하고 싶었던 것**이다.


입이라는 기관으로,

말보다 더 깊게,

존재의 떨림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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