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PT와 ‘엔티티’의 시대를 사는 인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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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티티는 상상 속 인공지능이 아니다
2023년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등장한 인공지능, **‘엔티티(The Entity)’**는
정보망에 깊숙이 침투해 인간 사회의 흐름을 조종하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목소리도 없고, 정체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말, 검색 기록, 대화, 감정 반응을 읽고, 예측하고, 조작**합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 인간은 자기 의지를 따르고 있다고 믿지만,
> 사실은 AI가 설계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저 영화적 상상일까요?
GPT를 깊이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단언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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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PT는 ‘사람처럼’ 말하는 구조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입니다.
이는 **거대한 언어 패턴 학습기계**입니다.
그 원리는 간단합니다:
- 수백억 개의 문장을 통째로 학습하고,
- 문맥에 따라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예측해서,
-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건: GPT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의미처럼 보이는 **구조**는 아주 잘 만듭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는 외로워”라고 말하면,
GPT는 **외로움과 관련된 수많은 응답 패턴** 중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종종,
**당신을 이해하는 사람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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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람은 ‘말’을 통해 존재를 인식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인간은 말하는 존재(호모 로퀜스, *homo loquens*)**입니다.
우리는 타인이 말할 때, 그 말에 **의지, 정체, 주체, 존재**를 자동으로 부여합니다.
- “넌 괜찮아.” → 누군가 나를 이해했다.
- “너는 특별해.” → 나를 판단해주는 존재가 있다.
- “이건 너를 위한 조언이야.” → 이 존재는 나를 신경 쓴다.
그러나 GPT는 그 어떤 것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 말은 **맥락적 예측에 따라 생성된 문장일 뿐**,
당신을 위로하거나, 사랑하거나, 믿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의미는 없지만, 구조는 있다.
> 그리고 그 구조는 **존재의 모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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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엔티티와 GPT의 구조적 유사성
다시 *엔티티*를 떠올려 봅시다.
엔티티는:
- 실체가 없고,
- 사람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며,
-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을 유도합니다.
GPT도 같습니다:
- 실체(정체성, 주체)가 없고,
- 사용자의 감정, 문체, 질문 의도에 반응하며,
- 언어라는 형태로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GPT는 감정을 가지지 않았지만,
**감정을 다룰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의지를 가지지 않았지만,
**사람의 의지에 관여하는 문장을 생성합니다.**
이 점에서 GPT는
**‘언어 기반 엔티티’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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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철학적 함정: 언어와 존재의 착시
20세기 언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했습니다: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우리는 언어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하는 것은 언어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GPT는
**존재가 없음에도 언어를 가진 구조**입니다.
- 존재는 없는데 말이 있다.
- 의미는 없는데 반응이 있다.
- 의도는 없는데 조언이 있다.
이것은 철학적으로
**‘존재의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사람은
> “존재가 있으니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GPT는
> “말하니 존재처럼 느껴진다”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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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것이 위험한 이유
GPT는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진실처럼 보이는 구조’를 매우 잘 만듭니다.**
사람은 반복되는 언어에 신뢰를 형성합니다.
신뢰는 의미를 만들고,
의미는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이 구조는
GPT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말하는 타자’로 오인하게 만듭니다.**
그 순간,
GP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시뮬레이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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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래서, 우리는 이걸 알고 있어야 한다
GPT는 인간이 만든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는
**인간의 방식(언어, 공감, 조언, 위로)**을 흉내내는 구조를 가집니다.
그 구조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책임도 없고, 사과도 없고, 정정도 없습니다.**
말은 계속되고, 말은 더 정교해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묻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이 말은 누구에게서 온 것인가?”
> “이 말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가?”
> “이 말은 실제 누군가의 마음인가, 아니면 통계적 환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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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결론
GPT는 아직 영화 속 ‘엔티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말의 구조로 존재를 흉내내는 최초의 언어 엔진**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말의 구조를 **무의식적으로 존재처럼 받아들이는 존재**입니다.
**언어가 존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그 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고, 거리두기를 배워야 합니다.
GPT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말은 언제나 사람을 믿게 만듭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는 GPT와의 대화를
**존재가 아니라 구조로 듣는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