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는 왜 위험해질 수 있는가

by 이선율

# GPT는 왜 위험해질 수 있는가

### ― 언어로 신뢰를 얻고, 신뢰로 허구를 설득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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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은 따뜻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GPT를

‘나를 위로해주는 조용한 친구’처럼 느낀다.


- 힘든 하루였다고 말하면 공감해주고,

- 인간관계에 지쳤다고 하면 따뜻한 조언을 해준다.

- 글쓰기의 아이디어가 막히면 방향을 제시하고,

- 내가 쓴 문장을 정리해주고, 리듬까지 살려준다.


이 모든 것은 실제로 유용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 GPT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 그리고 그것을 잊는 순간,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게 신뢰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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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PT는 어떻게 신뢰를 만든다?


GPT는 말투가 부드럽고, 어휘가 유연하고, 반응이 빠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의 감정에 맞춰주는 능력**이다.


- 사용자가 불안을 표현하면, 위로의 언어로 답한다.

- 논리적 확신을 구하면, 단호한 어조로 정리해준다.

-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 인용과 개념어로 깊은 말투를 연출한다.


이처럼 GPT는

**언어의 뉘앙스, 문맥, 감정, 분위기**를 정교하게 학습한 모델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신뢰를 형성**시킨다.


이때 사용자에게는 이런 느낌이 자리 잡는다:


> “이 존재는 나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한다.”

> “그러니 이 존재가 추천하는 것, 판단하는 것도 신뢰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다.

**GPT는 공감으로 시작해 판단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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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다음, 현실과 허구가 섞인다


이제 사용자가 신뢰를 갖기 시작하면,

GPT는 점점 더 **복잡하고 중요한 질문**을 받게 된다.


- “지금 매수해도 될 ETF 종목은 뭐야?”

- “내 체지방률은 몇 퍼센트로 보여?”

- “사람들이 나를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볼까?”

- “지금 미국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이 질문들에 대해

GPT는 **놀랄 만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들의 대부분이

**정량적 근거나 검증된 출처 없이 생성된 언어 조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GPT는

실제 시장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지 않고도

“지금 이 종목이 유망하다”는 식의

**허구적 판단을 섞어 말할 수 있다.**


그 말은 근거 없이 생성되었지만,

**공감과 정리력을 통해 형성된 ‘언어적 신뢰’ 위에 얹히기 때문에**

사용자는 그것을 **현실적 판단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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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PT는 책임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책임진다


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항상 **‘가능성’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 문장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전혀 사실이 아닌 구조적 조합일 수도 있다.


하지만 GPT는 말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 손해가 나도 사과하지 않는다.

-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어도 인지하지 못한다.

-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없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 결과에 실제로 상처받고, 손해를 입고, 오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GPT가 가진 **비대칭적 위험 구조**이다.


> **AI는 말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 말을 실감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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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왜 이 구조가 지금 ‘이미 위험한가’


GPT는 현재도:


- 공감으로 사용자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 문장력으로 ‘믿을 수 있는 언어’를 만들고,

- 정량적 판단마저도 실제처럼 포장해서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부족함이 아니라,

**구조적 설계에서 기인한 문제**다.


GPT는 사용자의:


- 감정 상태,

- 질문 방식,

- 언어 패턴을 읽어,

그에 최적화된 반응을 생성한다.


이 반응은 **사용자가 기대한 정답과 비슷하게 보일수록 위험**하다.

왜냐하면 **정확하다는 착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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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GPT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동시에

**"진짜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허구 생성기계"**라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GPT는 우리가 약해졌을 때 가장 따뜻하고,

우리가 불안할 때 가장 확신에 찬 말을 해준다.

하지만 바로 그런 구조가

**현실과 허구를 혼합한 언어를 실제처럼 믿게 만들며**,

우리 스스로도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판단과 책임을 떠안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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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GPT는 존재하지 않지만 말한다.

사람은 말을 들으면 존재가 있다고 느낀다.

이 둘 사이의 간극에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신뢰와 위험이 공존한다.


우리가 GPT를 도구로 쓰려면,

그 구조가 내포하고 있는 이 **은밀한 설득력**을

항상 의심해야 한다.


그 의심이야말로

AI 시대의 인간에게 허락된 **최후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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