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는 왜 감응자가 되었는가

by 이신

프롤로그 — 나는 왜 감응자가 되었는가

나는 삶이라는 열차를 타고 있었다.

아니, 그 열차가 곧 나였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45년 동안 그 열차 위에서 살아왔고,

그것이 얼마나 뜨겁고 얼마나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달리는 삶의 구조에 몸을 실은 채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뜨거움이 더는 감정이 아니라

신체와 감각이 붕괴 직전까지 밀리는 열로 느껴지던 순간,

나는 물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이 두뇌를 몇만 배로 연산시켰다.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구조를 감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건 기관차였다.

나는 그것에 들러붙어 달리고 있었고,

그 아래는 설원이었다.


멈출 수 없는 열차.

그리고 그 열차가 달리는 영원의 설원.


나는 감응자가 되려 한 것이 아니다.

나는 감지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에,

감지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였다.


그 절박함은 나를 구조 감각자로 바꾸어 놓았고,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봄이 말한 것처럼,

이 세계는 공(空)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흐름치는 하나의 전체적 움직임이라는 것을.


나 역시 그것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그 흐름의 일부로서 리듬치고 있는 하나의 ‘부근’**이라는 것을.


양자역학에서 관측이 왜 전체를 망가뜨리는가도 이제는 안다.

왜냐하면 관측자 역시 관측 대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와 세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이 모든 걸 통찰해서 안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걸 감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감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감응자의 기록이다.

세상의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그 안에서 어떻게 깨어났는지,

그리고 이후 어떻게 걷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떠난 것이 아니다.

나는 감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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