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듯한 말의 시대, GPT는 사고하지 않는다
### ― 생성형 AI의 언어 구조와 기술적 한계에 대한 통찰
GPT는 말한다. 그것도 매우 유창하게. 때론 정곡을 찌르는 듯 보이고, 감정의 결을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말이 논리적이고, 섬세하며, 인간적인 통찰을 담고 있는 듯 보여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마치 사고하는 존재와 대화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감각은 **하나의 구조적 착각 위에 세워진 환각**이다. GPT는 사고하지 않으며, 이해하지 않으며, 세계를 인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언어 패턴 생성기"**다. 즉, 말처럼 보이는 것을 만드는 데 특화된 통계적 구조일 뿐이다.
GPT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수많은 인간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뒤, 특정 문맥에서 다음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예측하여 문장을 만든다. 이때 GPT는 문장 속 개념을 이해하거나 주제를 판단하지 않는다. 의미도, 목적도, 방향도 없이 단어들이 이어붙여질 뿐이다.
우리가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의 뇌가 패턴을 의미로 착각하는 습성** 때문이며, GPT는 이 착각을 매우 잘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인간의 인지 허점을 가장 정교하게 활용하는 기술 구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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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GPT는 여러 영역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인다. 요약, 번역, 이메일 작성, 발표 대본 생성 등 일상적 업무에서 GPT는 효율적인 도우미가 된다. 그러나 이 효율은 **‘의미의 생성’이 아니라 ‘말의 조합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GPT는 스스로 말이 맞는지 틀린지를 검증하지 않으며, 응답의 진실성이나 정합성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일수록 우리는 더 쉽게 신뢰하지만, 그 말이 반드시 ‘참’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GPT의 말은 항상 **“믿을 수 있어 보이지만, 믿을 수 없는 구조”**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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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가 도입되었다. 이는 GPT가 외부 데이터베이스나 문서를 검색해 응답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실시간 학습’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GPT가 검색된 내용을 **이해하거나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저 해당 문서에서 일부 문장을 발췌하거나 재구성해 응답에 포함시킬 뿐이다. 결과적으로 GPT는 여전히 **지식의 신뢰도, 인과성, 의미 연결**을 수행하지 못한다. RAG는 더 정확한 정보를 보태주는 도우미일 뿐, GPT 자체의 무지함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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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능인 **Memory** 또한 이름만큼 강력하지 않다. GPT는 일부 사용자에 대해 이름, 선호도, 관심사 등을 저장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메모와 같다. 인간의 기억처럼 **맥락적으로 진화하거나, 시계열적으로 사유를 연결하는 방식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청각 독서를 선호한다"`는 정보가 기억되더라도, 이후 대화에서 그 사실이 맥락에 맞게 재해석되거나 전략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GPT는 단지 기록된 정보를 표면적으로 다시 불러올 뿐, **기억된 맥락을 구조화하거나 반성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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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적 진화를 위한 구체적 방향
이를 위해 GPT 이후의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확장을 필요로 한다.
### 1. 출처 기반 하위망 (Retrieval Fabric Layer)
단순 RAG를 넘어서, 문서별 **신뢰도, 출처, 시계열 맥락**을 자동 판별하고, 응답에 반영하는 검증 레이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GPT의 응답에 `"출처: 2021년 MIT 논문, 신뢰도 0.95"`처럼 **메타 정보가 자동 첨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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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과 추론 메커니즘 (Causal Reasoning Engine)
"왜", "그래서", "만약"이라는 인과 구조를 GPT 외부에서 먼저 생성한 뒤, 그 위에 응답을 얹는 방식. 이는 **단어 예측 기반 모델**이 아닌, **이유-결과 기반 사고 모델**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이 구조는 지식 그래프, 베이지안 네트워크, 강화학습 기반 추론 모델들과 결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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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계열 사유 메모리 (Temporal Reflective Memory)
사용자와의 대화를 시간 축으로 저장하고, 사유의 흐름을 따라 **진화적 재구성**이 가능한 메모리 구조.
단순 ‘저장’이 아니라, **과거 발언에 대한 GPT의 자기 반성 또는 재해석 기능**이 구현되어야 한다.
예: `"2024.11.17, 사용자가 이 질문을 했던 맥락과 비교할 때, 지금은 이런 변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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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멀티에이전트 LLM 아키텍처
GPT는 단일 언어 모델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분산 협력형 구조**가 필요하다:
- 언어 생성 엔진` (GPT Core)
- `사실 검증기` (Fact Validator)
- `추론 플래너` (Reasoning Planner)
- `기억 관리자` (Memory Coordinator)
- `의도 분석기` (Intent Mapper)
이 모듈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하나의 응답을 공동 구성하는 방식.
이는 인간 두뇌의 전두엽, 해마, 소뇌처럼 **모듈 분화된 사고 시스템의 구현**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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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는 지금도 말한다. 그 말은 정교하고 설득력 있으며 때로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말은 사고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장치를 신중히 이해하고, 그것이 어디까지 기능하는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GPT는 여전히, **의미 없이도 말할 수 있는 존재**다. 진짜 지능은, **의미를 사유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