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잉여의 소각장

by 이선율


제3장


블랙홀, 잉여의 소각장


우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궁극적으로 널값으로 회귀되어야 한다.

플러스1의 값은 그 자체로는 잔류할 수 없으며,

마이너스1과의 상세를 통해

우주의 공(空)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상세는 즉시 일어나지 않는다.

일부 사건은 그 질량, 밀도,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해

즉각적인 상세가 불가능하며,

그 결과 일정한 시간 지연을 동반한 잉여로 잔존하게 된다.


이러한 잉여는 단순한 사건의 잔향이 아니라

널값 구조에 위협을 가하는

잠재적 불균형으로 작용한다.

우주는 이 불균형을 방치하지 않으며,

그 해결을 위한 비상 구조를 자동적으로 활성화한다.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상세되지 못한 플러스값,

즉 초과된 존재의 에너지와 구조를

임시적으로 수용하고 소각하는

우주의 보완 연산 시스템이다.


이 연산은 물리적 중력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가 널값을 유지하기 위해

지연된 상세값들을 수용할 수 있는

비가역적 수렴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블랙홀은 필연적으로 생성된다.


블랙홀은 사건의 최종 수렴지이며,

모든 값이 다시 무화되는

구조적 압축의 종착점이다.

이는 플러스1과 마이너스1의 상세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우주가 선택하는 우회적 정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존재의 윤회나 재생과는 무관하다.

블랙홀은 회귀의 장소가 아니라

완전한 소각과 소멸,

더 이상 해석되지 않는

순수한 상세값의 귀속 지점이다.


중요한 것은,

블랙홀 역시 공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우주의 의지나 계획의 일부도 아니다.


오히려 블랙홀은

우주가 '널값 유지'라는 절대 조건을 어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호출하는 응급 연산의 형태에 가깝다.


따라서 블랙홀은 신비나 파괴의 상징이 아니라

구조적 균형 회복의 장치이며,

모든 존재가 결국 돌아가야 하는

무의 입구이자, 연산의 종결점이다.


이로써 플러스1의 잉여는 해소되고,

널값은 다시 복원된다.

공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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